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STX조선해양이 설비와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고 중소조선사로 재탄생된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 4월 자율협약 이후 지금까지 약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왔다.
11일 STX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2개월에 걸친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 등과의 조율을 거쳐 내년말까지 추가적으로 93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건조능력 및 선종을 대폭 축소(Downsizing)하는 추가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우선 채권단은 STX조선에 대해 '더이상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지원예정자금 잔여분(4530억원)을 건조자금으로 용도로 변경했다. 이는 지난 2013년 STX조선의 자율협약 개시 당시 지원키로 했던 4조5000억원 중 미집행된 금액이다. 여기에 현재 5% 내지 3% 금리를 1%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채권단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년간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을 수혈 받고도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에 발생할 충당금 폭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STX조선을 법정관리로 보낼 경우 '선수금환급보증(RG) 콜' 발생의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 선주는 조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RG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채권단이 자금지원액 규모 이상으로 선수금을 반환해 줘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내년 하반기에는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대거 인도하고, 신규수주를 축소함에 따라 RG잔액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TX조선은 기존의 대형조선사와의 경쟁회사에서 여타 국내 조선사와의 경쟁을 최소화하는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축소됨에 따라 국내 조선업의 과잉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중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탱커선 분야에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토대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함으로써 국내 조선업 생태계의 경쟁력과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