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리프트 오프’ 운명의 16일…이제 관건은 긴축 속도 조절

입력 2015-12-14 10:13 수정 2015-12-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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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펼쳤던 대규모 양적완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동시에 전세계 투자자금의 흐름을 바꾸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된다.

연준은 리먼 사태 발발 이후인 2008년 12월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금리(FF 금리) 목표치를 0~0.25%로 인하해 사실상의 제로금리 시대를 선언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을 매입하는 1차 양적완화(QE)를 결정했고, 이후 2, 3차 QE로 장기 국채 매입을 단행하면서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을 시행했다.

연준이 이번에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의 직전 긴축 국면 이후 9년 반만이다. 금융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이 일본과 유럽보다 먼저 금융 정상화에 나서는 건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6년여에 걸쳐 경기 회복이 계속되는 등 최근 미국 경제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11월 미국의 고용지표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합리적인 확신’을 가질 만큼 견조하게 나왔다. 11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계절 조정)는 전월에 비해 21만1000명 증가했고, 10월과 9월의 고용자수도 상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5%로 전월 대비 보합세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노동 시장에 돌아 왔음을 보여줬다. 고용이 늘면 소비도 자연히 늘어나고, 그 결과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경제에 선순환을 유발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3일 의회 증언에서 미 고용이 매월 20만명 미만의 속도로 증가하면 실업률 하락 추세를 유지할 수 있고, 노동 인구에서 이탈한 사람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고용 증가 수는 9~11월 월간 평균 21만8000명으로 이러한 연준의 목표를 충족시켰다. 그러면서 옐런 의장은 “미국의 경제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12월 금리 인상을 재차 확인시켰다.

이번 FOMC에서 예상되는 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인상되면 ‘리프트 오프(lift off)’라고 할 만큼 역사적인 결정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로켓 발사를 뜻하는 ‘리프트 오프’라는 말이 FOMC를 떠올리게 하는 건 항공용어를 사용해온 연준의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제 예측이나 결정이 로켓 과학처럼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연준은 2004~2006년 긴축 당시, 기준금리를 1%에서 5.25%까지 끌어 올렸다. 이번에는 옐런 의장이 완만한 인상을 시사한 만큼 3년 후인 2018년말 시점에는 3%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은 주요 중앙은행 간 금융정책의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 완화를 연장하기로 했고, 일본은행도 추가 완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 자금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달러로 쏠려 가뜩이나 강세인 달러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중국 등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진행되면 금융 위기 이후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유출돼 신흥국 경제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기를 냉각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계속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연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11일까지 6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35달러선으로 내려서 2009년 2월1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준은 지금까지 저유가의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율 2% 달성에 자신감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WTI가 배럴당 40달러 선이 무너져 30달러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디플레이션을 부추겨, 연준이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율 2% 달성은 더욱 멀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의 최대 과제는 금리 인상 결정이 아닌, 긴축 속도 조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연준이 애매모호한 신호로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던 만큼 시장은 연준의 소통 방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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