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대표적 만성 염증성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류마티스 관절염 표적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15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류마티스내과 김완욱 교수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연준 교수팀(제1저자 황성혜·정승현 연구원)은 임상과 기초연구를 융합한 공동연구로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가장 대표적인 현상인 T 임파구의 이동을 조절하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 및 이의 조절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전 인구의 1% 내외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질환으로, 염증세포 중 T 임파구가 관절 내에 비정상적으로 이동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아직까지 왜 T 임파구가 관절 내에 모여들어 자신의 관절을 파괴하는지 그 원인이 확실하지 않았다.
김 교수팀은 유전자 복제수가 이 병리 현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 하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764명과 정상인 1224명 등 총 1988명을 대상으로 인간 염색체 전체의 유전자의 복제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LSP1(Leukocyte-Specific Protein1)’이라는 유전자의 결손 변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월등히 많음을 발견했다.
LSP1은 백혈구 표면에 있는 단백질 중 하나로, 현재까지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한 면역질환의 발병과의 연관성은 알려진 바 없었다. 김 교수팀은 LSP1 유전자의 결손 변이가 있는 경우, 림프구에 이 단백질의 발현(농도)이 저하되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생되고 진행될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학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결과는 백인(유럽계 미국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도 동일하게 재현, LSP1 유전자의 결손이 아시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밝혔다. 또 교수팀은 이어지는 동물모델(쥐)로 연구한 결과 LSP1 유전자가 결핍된 쥐는 정상인 쥐에 비해 관절 붓기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증가됐고, 이로 인한 관절의 두께도 유의하게 높았음을 확인했다.
LSP1 억제를 유도한 마우스에서도 T임파구의 관절 내로의 이동이 증가하고 염증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관절염이 악화된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김완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체 연구와 분자면역 연구의 융합 연구를 통해 유전자 복제수 변이가 인간의 면역조절의 부전을 유도한다는 증거를 최초로 발견한 쾌거”라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의 병태생리를 보다 폭넓고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기여했고, 향후 LSP1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울성모병원 선도형 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보건복지부 지원 선도형 특성화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의학 및 과학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