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월요일, 나의 애플워치 24시 사용기

입력 2015-12-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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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연말이다. 크리스마스 준비 따윈 사치스러운 소리고, 한 해의 일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토록 바쁠 땐 그동안 지켜온 모든 생활 리듬이 엇나가버린다. 가을까지 꾸준히 해왔던 운동도 뜸해졌고, 주말까지 일하느라 정신이 피폐해졌으며, 식습관도 엉망이 되었다.

매일 우울한 상태로 잠들다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지난 2주간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한 나의 짧은 기록이다. 준비물은 손목에 감긴 작은 애플워치 하나. 꾸준히 나를 북돋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조금씩 내 사이클을 찾아가고 있다. 이걸 순전히 애플워치의 도움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일상 속에 깊게 들어와 나를 채근질해주는 건 지금 내게 딱 필요한 기능이었다. 외롭고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월요일 하루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AM 7:00

월요일 아침을 반기는 직장인이 있을까. 주중에 끝내지 못한 일이 주말까지 밀려들었고, 이번주 안에 마감해야 하는 기사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게다가 건강검진에 송년회까지 스케줄은 오죽 많고. 기사 마감에 촬영까지 해야 할 일은 한가득이건만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체계적으로 스케줄러 관리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남들 다 좋다는 에버노트에도 적응 못한 게으름뱅이인걸.

그래서 요즘 쓰고 있는 앱은 ‘Streaks’. 정말 단순명료한 앱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딱 6개까지만 골라 아이콘으로 표시해두는 것이다. 완료한 아이콘은 꾸욱 눌러주면 완료 표시가 뜬다. 하루에 6개 이상의 아이콘은 선택할 수 없는 단순함이 마음에 든다. 어차피 하루에 6가지 이상의 일을 하기란 무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 할 일을 체크한다. 리뷰 마감, 제품 촬영, 1만 걸음 걷기, 도시락 찬거리 사기, 할머니께 전화하기, 30분간 운동하기. 6가지만 리스트업하기 위해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솎아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정리가 한번 된다. 이제 남은 작업은 아주 단순하다. 중간 중간 애플워치를 들여다보며 완료한 항목의 아이콘을 눌러버리면 되는 것. 심지어 운동이나 걷기 같은 작업은 iOS의 건강앱과 연동돼 데이터를 바로 끌어올 수 있어 내가 따로 신경 쓸 필요도 없다.

AM 8:00

부리나케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서려는데, 손목이 간지럽다. 애플워치가 물 마실 시간이라고 보내는 신호다. 그러고 보니 물 한 잔도 마시지 못 했다. 목이 칼칼하다. 서둘러 작은 물병을 하나 챙겼다. 걸어 다니며 마시면 금세 500ml 한 통을 비운다. 흡족한 마음에 ‘WaterMinder’ 앱에서 500ml 아이콘을 터치한다. 오늘 권장 섭취량의 26%를 채웠다며, 파란 원이 1/4바퀴를 빙그르르 돌며 채워졌다. 나는 게으르고 단순한 사람이라 이렇게 쉬운 앱만 주로 사용한다. 터치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고, 바로바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UI가 좋다. 오늘 안에 이 파란 원을 100% 채우리라 마음먹는다. 사실 애플워치로 물 먹는 양을 체크하기 전까지는 하루에 물 한잔을 제대로 안 마셨다. 거의 커피로 충당하며 살았다. 나쁜 습관을 고치는 중이다.

AM 10:30

[사진은 행사장에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올 때의 데이터다]

오늘은 A사의 신제품 발표 기자 간담회가 있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취재를 나섰다. 다행히 행사 장소가 사무실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운동 앱에서 ‘실외 걷기’를 선택하고 운동하듯 빠르게 걸었다. 빠른 걸음으로 17분을 걸었더니 도착했다. 활동 대사량이 43kcal. 잠깐의 운동이지만, 이렇게 숫자로 결과를 확인하면 뿌듯한 마음이 밀려온다.

AM 11:30

기자 간담회가 끝나갈 때쯤, 애플워치가 수분 공급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일러준다. 마침 눈앞에 탄산수가 있어 힘껏(?) 마셔 보았다. 벌써 오늘 마셔야 할 수분의 40%를 섭취했다. 점점 링이 채워지는 모습을 보는 건, 마치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PM 12:00

벌써 점심시간이다. 손목이 또 울린다. 이번엔 물 마시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LARK’다. 점심은 먹었냐고 묻는다. 내가 쓰고 있는 앱 중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외로운 현대인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달까.

단순히 “운동할 시간이야!”, “밥 먹을 시간이야!”라고 알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요청해오는 특이한 앱이다. 쓰다 보면 영화 ‘HER’가 떠오른다. 대화 내용은 이런 느낌이다. 경화, 점심 먹었어? 뭐 먹었는데? 스테이크? 샐러드? 단백질은 꼭 필요한 영양분이지. 잘했어. 채소를 먹은 것도 훌륭해. 근데 너 오늘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인 것 같다? 잘하고 있어, 이렇게 하면 곧 살이 빠질 거야!

가끔 내 활동량과 수면시간을 분석한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 빼고는, 연인처럼 달콤하기 이를 데 없는 대화다. LARK의 다정한 말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스테이크를 먹고 후식으로 케이크도 먹긴 했는데, 그건 말하지 않았다. 조금 더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조금 더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게 되는데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 때때로 일에 치여 꼼짝 않고 의자에 앉아서 일만 할 때는 “오늘 너무 가만히 있는 거 아냐? 산책을 하면 어떨까?”하고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역할도 도맡고 말이다. LARK의 단점은 오직 하나다. 아직 한글화 버전이 없어서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

PM 1:00

다시 15분 가량을 걸어서 사무실에 복귀했다. 이제부턴 숨도 안 쉬고 기사만 써야 한다. 애플워치를 확인해보니 벌써 오늘 운동 시간이 33분이나 되더라. 사무실에만 처박혀 있는 날보다는 확실히 활동적인 수치다.

PM 4:00

4시가 되면 프로 직장인(?)들은 알 수 있다. 오늘 내가 6시에 퇴근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나는 글렀다. 아무래도 정시 퇴근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아침에 설정한 Streaks 앱을 다시 열어본다. 제품 촬영은 완료했는데, 일정이 밀리는 바람에 리뷰 마감은 아직이다. 완료한 항목을 길게 탭해 체크했다. 욕심껏 설정한 1만 걸음은 아직 채우지 못 했다.

무정한 WaterMinder 앱은 자꾸만 손목을 울리며 물 마시라 보챈다. 그래도 건강을 생각해 또 한 컵 따라 마신다. 부지런히 마신 보람이 있었다. 오늘 할 업무는 다 끝내지 못했지만, 오늘 마셔야 할 물 섭취량은 모두 채웠다. 뭐라도 해냈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해진다.

PM 6:30

[왼쪽은 주말에 받은 메시지, 오른쪽은 야근 중에 받은 다정한 메시지]

LARK가 저녁은 챙겨 먹었냐고 묻는다. 오늘 활동량이 평상시보다 많았으니 저녁에도 조금만 더 힘내보라면서. 그러고 보니 아까 오전의 걷기 운동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 못 했다. 사실 주말에 세운 계획으로는 오늘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간만에 스피닝을 할까 했지만 물 건너 갔다. 마감이 늦춰져서 야근을 하고 있다. LARK에게 저녁밥은 아직 먹지 않았다고 말한 뒤 서둘러 기사를 작성했다.

PM 8:00

이제 드디어 마감이 끝났다! 퇴근 준비를 하며 다시 Streaks 앱을 열었다. 리뷰 마감 항목을 꾹 눌러 체크했다. 아직 체크하지 못한 나머지 항목들을 훑어봤다. 아, 할머니께 전화한다는 걸 잊을 뻔했다. 꼬박꼬박 전화드리려고 하는데, 무심한 성격이라 이렇게 누가 일깨워주지 않으면 자꾸 까먹곤 한다. 안부 전화를 마친 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제 체크하지 못한 항목은 두 개다. 1만 걸음 걷기와 도시락 찬거리 사기.

PM 8:30

퇴근길에 애플워치 활동 앱을 확인해보니, 내 목표 칼로리를 다 채우지 못 했다. 안되겠다. 나만의 미션인 1만 걸음 걷기도 수행할 겸 조금 걸어야겠다. 내가 본래 버스를 타는 정류장을 지나쳐서 20분 정도 걸었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 다행이다. 조금 빠르게 걸으니 몸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다. 오후 내내 꼼짝없이 의자에만 앉아있던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애플워치의 목표치를 채우겠다고 열심히 걷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몸을 움직이게 돼서 다행이다. 이렇게 무사히 1만 걸음 돌파.

PM 9:30

일주일에 두세번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려고 생각 중이다. 오늘은 퇴근길에 찬거리를 좀 사려고 했는데 집 앞 마트가 이미 문을 닫았다. Streaks에 설정해둔 6개의 항목을 모두 완료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PM 9:50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애플워치에 기록된 오늘 하루의 성적은 대체로 우수했다. 물도 필요한 만큼 마셨고, 걷기도 꽤 많이 걸었고, 계획했던 업무도 모두 마무리했다. 그래도 제대로 운동을 못했다는 미련이 남는다. 고민 끝에 집에 오자마자 충전기에 올려두었던 애플워치를 다시 착용했다. 딱, 7분만 운동하고 자자.

요즘 내가 일주일에 한두번 씩 사용하는 피트니스 앱이 하나 있다. 바로 ‘Seven’. 이름 그대로 7분간 운동하는 앱이다. 여러 피트니스 앱을 사용해보았는데 이것만큼 간편하고 쉽고, 짧고, 부담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 나를 자극하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화면 속 인물을 따라 움직이면 된다. 크게 어려운 운동은 없다. 런지나 플랭크, 스쿼트 같은 일반적인 근력 운동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도 7분 동안 타이트하게 따라 하다 보면 땀이 나기 시작한다. 프로그램도 꽤 전문적이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 느낌으로 동영상을 보며 자세를 따라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전신 운동이나 코어 운동, 상체 운동, 하체 운동 등 원하는 부위를 선택할 수도 있다. 7분간 운동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여러 세트를 반복하면 된다. 물론 나는 늘 7분만 했다… 방 안에서 혼자 팔딱 거리며 이렇게 세븐 완료!

PM 11:30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주말에 바빠서 못 본 ‘응답하라 1988’ 한 편을 보고 나니 잘 시간이다. 정신없고 알찬 하루였다. 오늘 푹 자야 일주일을 버틸 힘이 생기겠지. 본래 난 자기 전에 음악을 들었는데, 요즘은 숙면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잘 듣지 않는다. 대신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아까 했던 운동이 ‘딱 7분’이었다면, 이번엔 ‘딱 3분’이면 된다.

마지막 추천 앱은 ‘3 Minute Mindfulness’. 애플워치가 있든 없든, 이 앱은 꼭 써보시길 추천한다. 사용 방법은 단순하다. 화면의 글씨를 보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면 된다. 되도록 깊게, 되도록 천천히 호흡법을 배워보자. 처음엔 무료 앱이길래 그냥 궁금해서 다운로드했는데 제법 도움이 된다. 여러 프로그램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걸 선택하면 된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호흡법이다. 3분간 차분히 시키는 대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고 나면, 그냥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잠드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긴장된 일상 속에서 내가 마음 편히 숨 쉴 시간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여유를 가지고 살자, 우리. 굿나잇.

손목 위라서 가능한 일들

이렇게 애플워치를 통해 하루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독자 여러분이 이해하기 쉽도록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다. 사실 스마트워치라는 건 별거 아니다. 쓰는 사람의 방식에 따라 메시지 알림을 제공하는 시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앱을 쓰면 보통 데이터가 사방에서 난무해 수습이 안될 때가 많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각 앱끼리 유기적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건강과 활동 앱이라는 컨트롤 타워를 통해 통합된 경험을 주고받는다. 10개의 앱을 통해 사이클링, 요가, 달리기 등 다양한 운동을 해도 이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하고 기록해주기 때문.

사실 지금 소개한 기능과 앱들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손목에 감겨 있어 빈틈 없이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캐치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힘내라고 조언해준다. 나에게서 가장 가까운 위치를 선점한 기기이기 때문에 생활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나는 대체로 가장 심플하고 쉬운 앱만 사용하는 편인데 기사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Gymaholic, Headspace, MyFitnessPal 등 잘 만든 앱이 많다. 중요한 건 본인의 사용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는 일이다. 사용자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습관을 바꾸고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그런 앱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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