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유럽-미국 엇갈린 통화정책…‘그레이트 다이버전스’ 현실화

입력 2015-12-1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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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기회복세 부진·낮은 물가상승률로 양적완화 정책 지속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6일(현지시간) 9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유럽과 미국 간의 경기 상황과 통화정책의 비동조화가 분명해졌다. 유럽과 미국이 서로 엇갈린 통화정책을 일컫는 이른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가 현실화된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융 긴축을 단행함에 따라 유럽과 미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서게 됐다. 특히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 직후 이뤄져 더욱 극적인 대비를 나타냈다.

ECB는 지난 3일 정례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내리고 월 600억 유로(약 77조2794억원)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2017년 3월까지 6개월 연장하는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ECB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금융시장이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요동치자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4일 미국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필요하면 또다시 추가 양적완화를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유럽과 미국이 서로 엇갈린 통화정책을 내놓는 것은 양측의 경기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유로존은 경제가 회복기에는 접어들었지만, 성장세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은 경제 과열과 자산 가격 거품을 우려할 상황이 됐지만 유럽은 아직 유동성을 더 공급할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 들어 유로존 평균 인플레율은 0.1%로, 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ECB의 대응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이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발생한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taper tantrum)’ 때처럼 달러화 채권의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CB는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미국 채권금리가 폭등해 세계 금융시장의 채권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리를 50bp(bp=0.01%P) 내리는 등 빠르게 대응했다. 이어 수년간 유로존이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로 시장을 안정시켰다.

ECB는 미국 금리인상설이 나오던 수개월 전부터 저금리 기조 유지와 추가 양적완화 시사 등을 통해 (미국 금리인상)충격을 흡수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미찰라 마르쿠센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ECB와 연준의 정책 차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연준은 2018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2.75%까지 인상하는 반면 ECB는 그때까지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또는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초저금리 기조에서 다시 금리인상을 시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며 드라기 ECB 총재가 2019년 10월까지인 자신의 임기 내에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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