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적 피해업종으로 분류되는 제약업계가 한미 FTA 이행 이후 연평균 최대 1688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한미 FTA로 인해 국민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약값도 연평균 127억~1364억원으로 전망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보건산업진흥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은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결과를 30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앞으로 10년동안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이 연평균 904억~1688억원이 감소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기관들은 "관세철폐로 인해 국내 제약업계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량은 향후 10년간 2218만달러 증가하지만 수출은 578만달러가 증가, 대미 무역수지 적자가 164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기간 중에 국내 제약업계 소득이 연평균 372억~695억원 감소하고 업계의 매출 손실은 그대로 고용감소로 이어져 제약업계는 연평균 369~608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관세 철폐로 미국산 수입 의약품 가격은 낮아지지만 지적재산권 강화로 국내 업계의 복제약 출시가 지연됨에 따라 소비자 혜택은 평균 127억∼1천364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기관들은 "한미 FTA로 환자들이 추가로 지불하거나 보험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약값이 그 만큼 늘어난다는 결론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세 철폐에 따른 소비자 혜택 증가 규모는 연평균 404억원, 지재권 강화로 인한 감소분은 연평균 530억∼176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연구기관의 발표에서 특징적인 점은 그동안 보건의료 시민단체나 업계가 주장한 피해규모와 커다란 차이를 보인 점이다.
시민단체와 업계는 연간 1조원의 피해를 입어 국내 중소제약사들의 대거 퇴출위기론까지 거론했지만 연구기관들은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이 7조5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연간 1조원의 피해예상은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기관은 "특허 심사기간이 3년을 넘어 특허기간 연장이 예상되면 전체 심사건수의 0.2%에 불과하다"며 "약제비 적정화 방안 무력화나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등은 협상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산업진흥원은 "향후 출시될 신규 특허의약품의 시장진입 영향을 고려하기 어렵다"며 "이번 분석은 현재 출시된 약품 중 지재권 강화의 영향을 받을 품목으로 한정해 10년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제약업계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복제약 의존 구도에서 탈피, 연구개발(R&D)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