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후폭풍] 슈퍼달러에 원자재 시장 ‘우수수’

입력 2015-12-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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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금값,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

국제 원자재 시장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원유와 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주저앉았다. 달러화 가치가 11년 만에 최고치로 뛰자 투자자들이 주로 달러로 결제되는 원유와 금 등 원자재 시장에서 한꺼번에 발을 뺀 영향이다.

이날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6% 하락한 배럴당 34.95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18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올 연초 대비 34%나 추락했다. 공급 과잉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결제 통화인 달러까지 오르면서 맥을 못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에 대한 수익률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요 10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지수는 전날보다 0.8% 오르며 2005년 지수 산출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시장도 달러 강세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2.5% 급락한 온스당 1049.60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은, 플래티늄, 팔라듐 등의 가격도 각 0.7%, 3%, 1.5%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7년간 유지했던 제로금리(0~0.25%)는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원자재를 살 수 있게 도와 원자재 시장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달러 강세’라는 공식이 현실화되면서 가뜩이나 공급 과잉, 수요 부진의 압박을 받는 원자재 시장에 추가 고통을 주고 있다.

WSJ에 따르면 S&P골드만삭스의 원자재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번주 초 구리, 납 등 비금속의 평균 가격은 지난 2011년 2월 최고점에서 49%나 폭락했고, 유가는 지난 2008년 크리스마스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시장의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로브 하워스 US뱅크 투자전략가는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주요 원자재 시장에 역풍이 불 것”이라며 “달러 강세와 공급 과잉 등의 악재가 맞물려 시장은 단기적으로 강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다니엘 브리즈만 원자재 분석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자재에 대한 매력은 사라졌다”며 “이들은 원자재가 아닌 다른 투자 상품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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