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탈출” 한목소리 냈지만… 고민 깊어지는 이주열

입력 2015-12-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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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극적 물가관리 움직임에 “한은 독립성 훼손 우려” 목소리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내년 시험대에 오른다.

한은의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에 있지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자니 성장률이 낮아지고 성장률을 뒷받침하자니 물가가 걱정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특히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최소 100bp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돼 경기 부양을 위해 때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 한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성장률 정책에 일단 동의 =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상성장률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GDP디플레이터를 더한 것이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으로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 환율, 임금, 수출입물가 등을 포함해 물가가 어느 정도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자물가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실질성장률이 낮더라도 물가가 오르면 경상성장률이 상승하게 돼 물가 상승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기재부는 “저성장·저물가 고착화를 방지하고 재정·통화·물가관리·내수관리 등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해 적정 경상성장률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물가를 성장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기재부의 기발한 전략은 한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은에 “‘디플레 파이터’로 나서달라”고 발언하는 등 노골적으로 성장 정책에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하자는 대로 끌려가기보다는 한은도 차라리 ‘디플레 파이터’로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부와 한은은 (물가안정 목표를 적용하는) 3년이란 기간에 치우치는 단기적 부양에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법 1조는 ‘물가관리’인데… 흔들리는 독립성 = 정부가 물가관리까지 나서면서 한은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한은이 작년과 올해 총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리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내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중국 등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최경환 기재부 장관은 ‘척하면 척’이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척하면 척’ 금리를 내리라는 얘기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메르스로 경제심리가 취약해졌을 당시, 2003년 사스 사례를 언급하며 금리인하 발언을 했다.

내년엔 신흥국 경제 불안, 중국 경제 둔화, 가계부채 급증, 내수부진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우려되고 있다. 물가에 대한 관심 역시 올해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은은 물가를 물가안정 목표의 하한에도 못 미치게 관리했다”면서 “지금은 한은이 적극적으로 물가를 올려야 할 때고, 한은은 물가 안정에 책임감을 갖고 더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한은이 독립성 과잉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중앙은행이 무조건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다 보니, 제때 대응을 못해 디플레이션이 생긴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독립성을 지키는 것과 함께 독립성의 과잉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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