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록적인 위안화 절하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민은행의 이런 행보는 중국 경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인민은행은 최근 10거래일 연속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통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했다. 이는 지난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 적용 이후 위안화가 최장기간 하락한 것이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2주간 달러화에 대해 1.5% 빠져 지난 18일 달러·위안 환율은 6.4811위안에 거래됐다.
FT는 인민은행이 이달 달러화에 대한 연동성을 줄이는 ‘통화 바스켓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힌 것에 따라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향후 위안화 환율을 미국 달러화 대신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앞서 11일 중국외환거래시스템(CFETS)이 ‘CFETS위안화 환율지수’를 공식 발표한 지 사흘만이다.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13개 주요 교역상대국 대비 위안화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수다.
중국 당국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통화 바스켓제 도입을 언급한 것은 달러와의 연계 고리를 끊어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동안 중국은 달러 고정(페그)제를 적용했고 이에 위안화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관측에 올해 달러화와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둔화 심화로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가치 절하로 중국 수출을 촉진해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 가치 절하는 중국의 자본유출을 심화하는 부작용도 있어 위안화 약세는 중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만수르 모히-우딘 수석 외환전략가는 “중국의 자본유출은 심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자평하고 위안화 절하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7일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11월 중국 외환보유액은 3조4382억8400만 달러로 10월(3조5255억700만 달러)보다 872억2300만 달러가 감소해 2013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하락폭은 1996년 집계 이후 세 번째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