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라는데… 무디스,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왜?

입력 2015-12-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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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채무 갚을 능력만 우선시… 가계부채 등 실물지표 반영 안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지난 18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위 넷째 등급(Aa3)에서 셋째 등급(Aa2)으로 한 단계 올린 것을 두고 자축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9월 15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A-’ 단계로 올렸다.

세계적 불경기 속에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선진·신흥 경제대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줄줄이 깎이는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상승했지만 신용등급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견실하다는 ‘상대적 평가’이므로 액면 그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무디스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 건전한 대외부채 구조, 재정 상황 등을 매우 좋게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무디스는 △한국의 통합재정수지가 2010년 이후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부채가 30% 수준으로 낮고 △순국제투자 잔액이 지난해부터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의 요소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때도 △우호적 정책환경 △견조한 재정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평가하는 신용등급을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문제가 됐지만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관련 회사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AA’ 등급을 부여해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리 위험을 파악하지 못하고 문제가 터진 뒤에야 등급을 떨어뜨려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음에도 S&P는 오히려 그리스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춰 그리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 이투데이가 ‘IMF 사태’로 불리는 한국 IMF 구제금융 신청(1997년 11월 21일) 전후 한국의 신용등급 추이를 살펴본 결과 피치와 S&P는 외환위기 직전 신용등급을 내렸고, 무디스는 사태 3개월 전에 오히려 신용등급을 올렸다.

무디스는 1986년 한국 신용등급을 처음 ‘A2’로 매긴 이후 1990년 4월 4일 ‘A1’으로 올렸으며 1995년 10월 2일 다시‘A2’로 내렸다가 1997년 8월5일 ‘A1’으로 올렸다. 이후 1997년 11월 28일 ‘A3’로 두 단계 강등시켰고 12월 21일까지 두 번 더 내려서 ‘Ba1’까지 떨어뜨렸다.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을 1996년 6월 27일 ‘AA’로 설정하고 1997년 11월 18일 2등급을 강등하면서 그해 12월 11일까지 2차례 더 강등시켜 투기등급인 ‘B-’로 내렸다.

S&P의 경우 1995년 5월 3일‘A+’등급에서 ‘AA-’로 한 단계를 올렸고 그후 1997년 10월 24일 즉 피치보다 거의 한 달 앞서서 ‘A+’로 한 단계 강등시키고 12월 23일까지 세 차례 더 강등시켜 ‘B+’로 떨어졌다.

1997년 당시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순식간에 떨어뜨리면서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계기를 제공했다.

글로벌 평가사들의 한국 신용등급을 바라보는 주요한 지표 중 하나는 경상수지 흑자 유지다.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 국가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진다면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어 유동성 고갈로 결제불이행 위험이 높아지는 탓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늘어서라기보다 수입이 더 빨리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상향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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