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되는 어떠한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다제내성 임균’이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됐다. 임균은 일부 여성에게 자궁내막염·난관염·골반감염을 일으키고, 불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이는 가장 강력한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에도 내성을 지닌 임균이 국내에서도 출현, 확산 초기에 놓여있다는 뜻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균에 의한 임질은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3만5000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식기질환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인 임질은 발병 여성의 50% 정도와 일부 남성은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배뇨 시 따끔한 느낌이 있는 요도염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배뇨통과 함께 고름과 같은 농액이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여성은 자궁경부염의 형태로 발전해 농액 분비물이 보이고, 배뇨통과 빈뇨 및 긴박뇨 증상이 일어난다.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임균에 전염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와의 성접촉을 피하고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항균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지만, 항균제 내성 임균의 증가로 미국은 2013년에 다제내성 임균을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내성균 3종 중 한 가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부분의 임균에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페니실린·테트라사이클린 및 퀴놀론 항균제가 내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보다 강력한 항균제인 세팔로스포린계열 항균제로 치료 받는 환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 2012년에는 전체 환자의 47%에 달했다.
이경원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광범위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가진 임균이 우리나라에도 출현해 확산을 시작하려는 단계에 놓여있다”며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세팔로스포린 내성 임균이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관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에 광범위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가진 임균의 한국 내 출현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