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사회적 유동성 지표를 정기적으로 공표해야

입력 2015-12-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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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이상적인 사회는 빈부 격차가 없이 누구나 고루 잘사는 사회일 것이다. 과거 공산주의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배분한다”고 하여 절대적 평등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누구나 똑같이 배분받는 절대적 평등을 추구하면 그 사회는 다 같이 못살게 된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게으른 사람이나 결과적으로 똑같이 분배를 받는다면 누가 열심히 일할 것인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다. 부모의 배경이나 출신 지역, 학벌 등에 관계없이 본인의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개천에서 용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였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 가난하여 오늘날의 재벌과 같은 기득권층이 별로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정주영 회장 등 대부분의 정계, 재계 인사들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 발전을 하면서 최근에는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기득권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재벌, 정치인, 의사, 변호사 등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의 CEO는 대부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2, 3세대이다. 삼성, 현대, SK, LG, 한화, 두산, 롯데 등 모두 물려받은 경우이다. 반면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의 오너들은 모두 스스로 창업한 부자들이다.

사회적 유동성 증대는 중요한 국정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차츰 계급사회가 되면서 사회적 유동성(Social Mobility), 즉 계층별 신분 상승이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은 현재는 어렵더라도 미래에 희망이 있으면 참고 견디게 된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도 잘 될 희망이 없다면 좌절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체제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제도개혁도 사회적 유동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예 중의 하나가 로 스쿨(Law School)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신분 상승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고등학교만 나와도 사시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사시제도가 있어서 고졸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법조인이 되려면 막대한 교육비를 부담해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졸업해야 한다. 로 스쿨은 법조인의 자질 향상이란 취지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사회적 유동성 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왔다. 가난한 집 자녀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장학금 제도 확충 등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고교 평준화도 도입 배경은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는 명분 하에 도입되었다. 현실은 과거에 비해 저소득층 자녀들이 명문대학에 입학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복잡한 입학제도 등으로 부모가 초등학교부터 잘 관리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저소득층 부모들은 이와 같은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사회적 유동성의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적 유동성과 관련하여 경제성장률같이 국민적 관심을 끌, 신뢰할 만한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5년간 사회적 유동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표가 발표되면 그 원인 분석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사회적 유동성의 지속적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적 유동성 지표를 개발하여 5년마다 공표하고 각종 제도 개혁시 사회적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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