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시장의 기본 ‘IR’도 신경 안쓰는 기업

입력 2015-12-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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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록 자본시장부 기자

얼마 전 모 증권사의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를 만났다. 회사 탐방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던 중 그는 일부 기업을 거론하며 “탐방을 절대 받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탐방을 요청해도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당하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를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알 정도의 이름 있는 기업들인 터라 기자는 적잖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기자에게도 비슷한 경험은 있다. 상장사들을 취재하다 보면 IR담당자와의 연락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 IR 담당자들은 현안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기사가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관심을 그냥 안 둬주시면 좋겠다.”

올 초 삼성페이 및 무선충전 대표 수혜주로 급등한 모 기업도 황당한 경험을 안겨줬다. 당시 삼성페이 관련 증권가 루머에 대한 진위를 묻는 기자에게 IR 담당자는 “제가 왜 이런 걸 말씀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떤 기업은 실적 보고서를 공시한 날 IR 담당자가 반차를 쓰고 사라진 곳도 있다.

자본시장 역사가 오래된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이미 IR는 정착된 문화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개선될 점이 많은 단계다.

큐더스IR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전체 상장사 1769개 중 공식적인 IR활동을 진행한 상장사는 총 324개사로 전체 상장사 중 18.3%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형 코스닥 시장의 경우, 16.2%로 유가증권(21.4%)에 비해 더 적었다. 기업당 공식 IR활동 평균 횟수도 4회로 2013년 평균 4.6회 대비 감소했다. 시장 트렌드에 편승한 단발성 IR활동 이후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IR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IR는 상장사와 투자관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자본시장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는 회사에 대해 꼭꼭 숨겨놓다가 필요할 때만 자금을 끌어다 쓰는 건 상장기업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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