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주주 공격 사전 차단”…애플 이사후보자 지명권 도입

입력 2015-12-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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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자가 이사 후보 제안하기 쉽도록 정관 변경…지배구조 개선으로 주주들도 환영

▲중국 상하이의 애플스토어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블룸버그
▲중국 상하이의 애플스토어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블룸버그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이 행동주의 주주들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애플이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단독 혹은 다른 주주와 손잡고 이사 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이사후보자 지명권(프록시 액세스, Proxy Access)을 도입하자 기업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회사는 전날 이사후보자 지명권을 허용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새 정관에 따르면 애플 주식 3% 이상을 최소 3년 이상 보유한 최대 20명의 주주들이 매년 제출하는 위임장 추천서에서 이사회의 최대 20%를 추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재 애플 이사회는 8명이어서 대주주는 후보자 1명 추천이 가능하다.

프록시 액세스를 통해 주주는 이사를 해임하거나 원하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힘이 커지는 등 영향력이 강화된다.

연기금의 프록시 액세스 행사를 독려하는 뉴욕시 감사원의 스콧 스트링거는 “애플의 결정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프록시 액세스에 대한 기업들의 저항이 약해지고 주주들이 선택한 더 많은 이사가 이사회에 들어와 장기 가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환영했다.

국제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의 패트릭 맥구룬 특별고문도 “우리는 주주들이 프록시 액세스를 지지해야 한다고 권한다”며 “이는 기업의 성과와 지배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성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화이자와 AT&T 웰스파고 등도 애플과 비슷한 조치를 취해 S&P500 기업 중 프록시 액세스를 도입한 기업이 129곳으로 늘어났다. 그 중 마이크로소프트(MS)와 코카콜라,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등 50여 곳이 올해 프록시 액세스를 받아들였다. 블랙록과 T로위프라이스, 미국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제도 도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특정 이익을 내세운 행동주의 주주들이 득세할 수 있다며 프록시 액세스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주주가 이사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프록시 액세스가 방어책으로 쓰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강화되기 때문.

프록시 액세스가 없이 주주들이 이사 후보를 지명하려면 ‘위임장 경쟁(proxy contest)’을 통해야 하며 여기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그 비용은 1000만 달러(약 118억원)가 넘기 때문에 장기 투자자보다는 대니얼 롭이 이끄는 서드포인드나 빌 액크먹의 퍼싱스퀘어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위임장 경쟁에 나섰다고 F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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