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내조의 여왕] 마크 저커버그 아내 ‘프리실라 챈’…남편 52조 기부 일등공신

입력 2015-12-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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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가정 출신의 신데렐라 “내 딸 위해 더 나은 세상을”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마크 저커버그(31). 요즘 그보다 더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그의 아내이자 최근 전 세계 ‘내조의 여왕’으로 손꼽히는 프리실라 챈(30)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득녀 소식과 함께 이들 부부는 52조원에 달하는 ‘통 큰’ 기부 서약을 하면서 전 세계를 훈훈한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온라인 여성매체 버스틀(bustle)은 “챈은 단순히 페이스북 설립자의 아내가 아닌 그 이상의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챈은 저커버그에게 여러 방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저커버그가 이타주의적 삶을 살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챈은 중국계 미국인 2세로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 의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대부분 챈을 페이스북의 ‘안주인’으로만 알고 있지만, 소아과 전문의가 그의 ‘본업’이다. 영어와 중국어 유창하며 환자와의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 스페인어까지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챈은 중국계 베트남인 난민 가정 출신으로 세 자매 중 맏딸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NBC 방송 ‘투데이쇼’에서 출연해 자신의 부모님이 난민선을 타고 미국에 이주해온 사실을 당당히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동시에 하버드대에 합격했다. 그는 넉넉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3년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해 생물학을 전공한 챈이 마크 저커버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해 말 학교 파티에서다. 2007년 학교를 졸업한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사립 초등학교에서 2년간 과학 교사로 일했으며, 2010년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의과대학원에 입학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마크 저커버그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것은 2012년 5월의 일이다. 저커버그는 결혼식 다음 날인 5월 20일 페이스북을 상장시켰다.

저커버그의 평생의 반려자로서 챈은 저커버그에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챈은 소아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 남편과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의논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12년 페이스북은 장기 기증 등록한 페이스북 유저를 축하하는 타임라인을 제공하는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도록 권유해 다양한 기부활동을 했으며 올해 2월 저커버그는 챈이 근무하는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SFGH)에 7500만 달러(810억 원)를 기부했다. 2013년에는 챈은 남편은 물론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알리바바 마윈 회장 등과 함께 수학, 생명과학, 기초물리학 분야에서 특별한 성과를 거둔 과학자에 300만 달러 수여하는 IT계의 노벨상 ‘브레이크스루상’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부부는 올해 7월 임신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아이를 가지려 노력했고, 3차례 유산을 겪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의미가 큰 첫 아이였다. 저커버그 부부는 딸 ‘맥스’출산을 계기로 의미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1일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자선단체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자신이 가진 페이스북 주식 지분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딸 맥스와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저커버그가 보유한 주식은 현 시가로 45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다. 외신이 주목하는 것은 기부액수보다 이들 부부가 선택한 기부방식이다.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는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설립됐다. 미국의 공익사업 기관으로서는 드문 법적 형태다. LLC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일반 사기업의 일종이다.

그동안 빌 게이츠 등 기부에 나선 대부분의 억만장자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재단’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사기업 형태인 LLC로 재단을 설립한다는 발상의 전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LCC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 형태이기 때문에 게이츠 부부가 세운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처럼 비영리 재단과는 차별성을 띤다. 면세 혜택을 받는 대신 투자할 때 제한을 받는 비영리재단과 달리 투자에 제한을 받지 않으며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해 제도적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투자를 통해 발생한 이윤으로 지속가능한 재단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챈의 출산은 페이스북의 육아휴직제도도 바꿔놨다. 저커버그는 챈의 출산을 맞아 2개월간 출산휴가에 들어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성별과 국적에 상관없이 페이스북 전 직원에게 4개월간의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기로 했다.

CNN머니는 앞으로 챈이 자신의 교사 경력과 의사라는 커리어를 살려 교육과 헬스케어, 과학 분야에 자선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커버그와 함께 설립한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사립학교 ‘프라이머리 스쿨’이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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