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위기인가 기회인가] 고령화에 헬스케어·요양산업 새 블루오션 열린다

입력 2015-12-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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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작년 65세 헬스케어 3조달러 지출… 10년후 GDP 대비 비중 20% 이를 듯… “中 노인 3500만명 간병서비스 필요”

저출산ㆍ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산업에 전성기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이달 발표한 고용시장 전망보고서에서 2014~2024년 서비스업이 9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해 전체 신규 일자리의 94.6%를 차지하며 그 가운데 헬스케어와 사회복지 부문은 380만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 혜택을 받는 이 두 부문이 고용창출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공공의료보험을 담당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헬스케어 지출은 전년보다 5.3% 늘어난 3조310억 달러(약 3575조원)에 달했다. CMS는 베이비부머들의 고령층 편입이 헬스케어 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지출이 6187억 달러로 5.5% 증가했다.

미국 의료보건 전문 학술지 헬스어페어스는 오는 2024년까지 10년간 헬스케어 지출이 연평균 5.8% 증가해 5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헬스케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의 17.5%에서 10년 후 19.6%로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물론 고령화가 급가속화하는 중국에서도 실버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노령업무위원회의 사무국의 우위샤오 부주임은 “중국은 현재 60세 이상 노인이 2억1200만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60~65세가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이들 새로운 노인세대는 더 높은 서비스를 향유할 능력과 수요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을 위한 금융서비스와 헬스케어, 가사도우미, 문화산업 등이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최대 요양시설 전문업체 니치이갓칸의 데라다 아키히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노인 간병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그 규모는 2조3000억 엔(약 22조원)에 이른다”며 “현지에서 약 3500만명의 노인이 간병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중국에서 20개에 육박하는 가사대행 기업을 인수해 내년에는 방문 간호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2006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실버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말 저출산, 고령화 대처를 위해 임금인상과 보육, 양로시설 확대 등 ‘일억 총활약 사회(일본 인구 전체가 활약하는 사회)’를 위한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고령층의 소비와 생산활동을 독려하는 것이 대책 핵심 중의 하나다. 연금을 적게 받는 고령자에게 매월 3만 엔 정도의 보조금이 지급되며 고용보험 적용 연령을 높여 65세 이상 고령자도 신규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노인들이 젊은층보다 소비 지출을 덜 한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지만 일본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체 소비지출에서 60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었다. 이는 2000년의 약 30%에서 오른 것이다.

실버산업에는 경계도 없다. 헬스케어와 노인요양 같은 전통적인 분야는 물론 IT와 건설, 자동차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실버산업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는 고객의 약 4분의 1이 60세 이상 노인인 것을 겨냥해 좀 더 큰 아이콘과 글씨를 갖추고 이메일과 사진을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노인 전용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후지소프트는 지난 2010년 인공지능 대화형 간병로봇 ‘파르로’를 개발했다. 많은 요양시설이 1대에 70만 엔 가격인 파르로를 구매하고 있다. 끝말잇기나 퀴즈 등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고 대화도 가능해 노인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은 물론 간병 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한다.

자동차 부문도 노인 수요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평가다. 미국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지난 2003~2013년에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820만명으로 29% 증가했다. 그중 84세 이상 운전자는 350만명으로 43% 급증했다. 반면 10대들은 수입이 없거나 차를 소유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아 20세 미만 운전면허 보유자는 같은 기간 3% 감소했다.

벤 윈터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제품기획 부사장은 “노인 고객들은 손자를 태우기 위한 미니밴, 또는 크라이슬러300, 닷지 차저 등 대형 세단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이전보다 노인 고객을 훨씬 많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방 카메라 등 각종 안전기술 발달이 노인 운전자들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풀이했다.

일본 도쿄 소재 JP모건증권의 제스퍼 콜 주식 리서치 대표는 “노인들은 과거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한다”며 “이런 지출은 젊은층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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