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스포츠결산③] UFC, 대중을 울리고 웃게 만든 ‘파이트나이트 서울’ 희로애락

입력 2015-12-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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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뉴시스)
▲김동현. (뉴시스)

한국에서 처음 개최된 UFC 대회, ‘UFC 파이트나이트 서울’은 격투기 팬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스크린으로만 지켜보던 UFC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격투 장면을 보기 위해 1만2000여 명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찾았다. 그들은 선수의 펀치 한 방, 그라운드 기술 하나가 적중할 때마다 웃고, 울고, 환호했다.

◇희(喜)=완벽한 승리였다. 기세등등했던 도미닉 워터스는 저항할 생각도 못 한 채 옥타곤에 누워 김동현의 펀치를 얼굴로 받아내야 했다. 김동현의 주먹이 꽂힐 때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의 함성은 커져만 갔다.

김동현은 지난 11월28일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서울 웰터급(-77kg) 경기에서 도미닉 워터스와 맞붙었다. 이날 김동현은 경기 초반부터 호쾌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도미닉 워터스에게 펀치를 적중시킨 뒤 1라운드 1분 10초 만에 그라운드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김동현은 마운트 자세에서 도미닉 워터스의 두 팔을 다리로 봉쇄한 뒤 계속해서 펀치를 적중시켰다. 결국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며 김동현의 승리를 선언했다. 승리가 확정된 뒤 김동현은 옥타곤을 활보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UFC 팬의 함성은 멈출 줄 몰랐다. 김동현은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동현 외에도 양동이가 제이크 콜리어를 상대로 2라운드 TKO 승을 거뒀고, 최두호 역시 샘 시실리아를 1라운드 만에 때려눕히며 UFC 팬을 열광하게 했다.

▲미르코 크로캅. (뉴시스)
▲미르코 크로캅. (뉴시스)

◇노(怒)=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빅이 왼쪽 어깨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게 되자 많은 팬이 그를 걱정했다. 그러나 크로캅이 부상이 아닌 금지약물 복용 혐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걱정은 분노로 변했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지난달 25일 “크로캅은 공식적으로 UFC 대회 출전이 2년간 정지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크로캅은 도핑정책 위반 사실을 즉각 인정해 정상 참작으로 최대 4년의 징계를 피했다. 앞서 크로캅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비경기 도핑검사를 받은 뒤 UFC 측에 연락해 성장호르몬 사용을 시인했고, USADA에 금지약물 사용 사실을 알렸다. 이후 크로캅은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크로아티아 출신의 킥복싱 선수이자 종합격투기 선수로서 킥복싱 전적 23승 8패, 종합격투기 전적 31승 11패의 기록으로 세계 무대를 누볐던 크로캅은 불명예스러운 은퇴를 감당해야 했다.

▲추성훈.(연합뉴스)
▲추성훈.(연합뉴스)

◇애(哀)=3라운드까지 이어진 난투 끝에 추성훈이 패하자 그의 아내인 야노 시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추성훈은 웰터급(-77kg) 경기에서 알베르토 미나와 맞붙어 팽팽한 경기를 펼쳤지만, 1, 2라운드에서 승기를 잡은 미나에게 판정승을 내줬다.

서로를 탐색하기 바빴던 1라운드 종료 직전 추성훈은 미나에게 테이크 다운을 허용했다. 2라운드에는 추성훈이 우세를 점하려는 순간 미나의 킥이 빗나가 추성훈의 급소를 가격했다. 이후 추성훈은 미나의 연타에 위기를 맞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냈다. 위기를 넘긴 추성훈은 3라운드를 지배했다. 식을 줄 모르는 추성훈의 주먹은 알베르토 미나의 안면을 여러 차례 강타했다. 그러나 미나 역시 끈질기게 버텼다. 3명의 심판은 미나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를 지켜보던 야노 시호는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오히려 추성훈은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2라운드에 넘어져서 ‘안 될까’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한국 팬의 응원에 일어날 수 있었다”며 “덕분에 3라운드까지 계속 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는 어쩔 수 없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승옥.(뉴시스)
▲유승옥.(뉴시스)

◇락(樂)=라운드가 끝나도 UFC 팬은 옥타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세계적인 옥타곤 걸 아리아니 셀레스티와 레드 델라 크루즈, 유승옥이 번갈아 옥타곤을 돌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UFC 파이트나이트 서울에서는 유승옥이 사상 첫 한국인 옥타곤 걸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그동안 UFC 해외 대회에서 한국 연예인과 모델이 옥타곤 걸로 활약한 적이 있지만, 정식 선발대회를 걸쳐 옥타곤 걸이 된 것은 유승옥이 최초다. “세계적인 무대에 선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던 유승옥은 옥타곤 앞에서 ‘건강한 섹시미’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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