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아파트가 들어선 곳을 찾자면 단연 성북구 일대를 들 수 있다. 길음동, 돈암동, 정릉동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아파트 건립이 촉진된 이 곳은 활발한 사업을 벌였지만 워낙 비인기 지역이었던 만큼 시장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이 지역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것은 지난 2002년 10월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계획이다. 길음동이 길음 시범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이 일대는 일약 주목 받는 지역으로 거듭나며 이젠 1군 업체가 아니면 재개발 수주에 나서지도 못하는 초호화 아파트 지역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하지만 돈암동에서는 한 중견업체 아파트가 입주 후 지역 대표 아파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수한 인기 브랜드 아파트가 즐비한 상태에서도 한번 차지한 최고 아파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일신건영이 지은 돈암 휴먼빌이다.
◆주택사업 활발한 중견업체
톱 영화배우 강수연씨를 모델로 브랜드 홍보에 나서고 있는 일신건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의 명가’ 대열에 오른 회사는 아니다. 1989년 창립한 이 회사는 이듬해 주택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90년대 후반에서야 첫 자사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한 건설업계의 ‘신참’이다.
일신건영이 이토록 빨리 건설업계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격적인 아파트 공급 방식이다. 당초 대한주택공사 도급 위주로 나섰던 일신건영은 2000년 이후 주택시장 열기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힌다. 아파트 공급도 이른바 ‘쉬운 곳’만 하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를 위주로 벌인 주택사업 덕택에 일신건영은 더욱 빨리 자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일신건영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단지만 공급한 탓에 딱부러진 대표 아파트를 꼽긴 어렵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점에서 688세대 규모인 돈암 일신휴먼빌은 대표 아파트로서 필요충분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기에 충분한 셈이다.
돈암 일신휴먼빌은 사실 일신건영이 추진한 사업은 아니다. 과거 주택건설 동신이 2000년 설립한 동신아리랑 재건축조합 사업이 그것. 하지만 동신은 5~6층까지만 짓다 부도로 사업을 포기했고 일신은 2003년 그 사업을 물려받아 아파트를 완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일신건영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비록 ‘남의 사업’을 물려받긴 했지만 이를 시작으로 2003년 런칭한 아파트 브랜드 휴먼빌의 첫 작품이 된 동시에 강북 뉴타운에도 휴먼빌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신건영 관계자는 “모그룹을 낀 대형 업체가 즐비한 주택건설시장에서 신참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강북 요지에 분양한 돈암 일신휴먼빌이 성공하면서 휴먼빌은 업계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돈암동 유일의 평지, 경전철 수혜 얻어
대형 브랜드가 즐비한 돈암동에서 일신건영 휴먼빌이 최고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평지라는 입지적 장점에 기인한다. 실제로 성북구 일대 아파트는 길음동을 제외하곤 대부분 경사지에 위치해 있어 수요자들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 하지만 일신 휴먼빌은 688세대라는 결코 작지 않은 단지 규모에도 불구, 평지에 입지해 있어 수요자들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단지 주변의 높은 편의성도 무기. 돈암 일신휴먼빌 주변은 발달한 상권과 함께 초등학교와 도서관 등 공공시설로의 이동성이 수월해 실수요자들의 인기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 재건축 아파트란 강점도 나타난다. 재개발 사업에선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 규모 아파트가 50%이상 돼야 하지만 초기 재건축이었던 일신휴먼빌은 대부분 30~40평형대로 이뤄져 있어 주변의 소형 아파트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 다만 재건축 아파트라 300%에 이르는 높은 용적률은 230%의 낮은 용적률을 갖춘 다른 재개발 아파트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돈암 일신휴먼빌은 30평형대가 평당 1330만원 선, 그리고 40평형대는 1410만원 선으로 인근 돈암동 이수브라운스톤을 웃돌며 돈암동 최고가 아파트로 자리잡고 있다. 현지 일신공인 관계자는 “일신 휴먼빌은 최고의 아파트는 될 수 없더라도 최고의 인기 아파트는 될 것이다”라며 “향후 돈암동 집값을 선도해 나가는 아파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