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스타 시스템, 그 변천과 강점은? [배국남의 뉴컬처 키워드]

입력 2015-12-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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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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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장동건, 현빈, 장근석, 송승헌, 이영애, 송혜교, 고현정, 전지현, 손예진 등은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5000만~2억 원을 받는 스타들이다. 김태희, 수지, 유재석, 이승기 등은 광고 한편 출연하는데 모델료로 10억 원 안팎을 받는 톱스타들이다. 김수현, 이민호는 중국 CF 한편 출연료로 20억 원 정도를 받는 한류스타다. 송강호 하정우 등은 영화 한편 출연료로 6억~7억 원을 받는 스크린 스타다. 엑소는 지난 2015년 10월 11일 서울 고척돔 하루 공연으로 티켓수입 등 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타 아이돌그룹이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스타화의 경로나 연예인으로 발탁되는 유형이 모두 다르다. 이병헌은 KBS 탤런트 공채를 통해 발굴된 스타이고 이영애는 연예기획사 백기획에 의해 발탁돼 스타가 됐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이 계기가 돼 방송사 연기자가 되면서 스타가 됐고 전지현은 정훈탁 싸이더스 대표가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발굴해 스타로 부상했다. 이처럼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에서 스타로 부상하기까지 과정은 각각 다르다. 이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에 개입한 스타 시스템도 차이가 있다.

이병헌은 “저는 KBS 탤런트 공채가 없었으면 연예인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KBS 공채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고 이름이 알려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지요”라고 말했고 이영애를 발굴해 스타로 키운 백기획의 백남수 대표는 “잡지에 실린 이영애의 모습을 보자마자 스타 재목감임을 직감하고 영입했어요. 연기 훈련부터 드라마 데뷔까지, 그리고 스타가 된 뒤로도 기획사가 관리했어요”라고 밝혔다.

▲장동건
▲장동건

이제 재능과 끼, 외모, 노력, 그리고 운이라는 변수에 의존해 우연히 스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정교하게 체계화한 체제로 움직이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타는 탄생할 수 없는 스타는 만들어지는 시대다. 수많은 스타 뒤에는 엄청난 투자와 장기간의 교육, 치밀한 데뷔 전략, 주도면밀한 이미지 조형, 막대한 홍보 마케팅이 자리한다.

스타 시스템은 스타와 시스템의 합성어로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중 일부를 발탁해 연기자나 가수로 키워 스타로 부상시키는 시스템이다. 즉 스타의 생산, 거래, 활용, 관리, 소비의 전체적인 순환 메커니즘을 주관하는 체계를 스타 시스템이라고 한다. 김호석 박사는 “스타 시스템은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최단 시간에 최대한 인기를 얻는 스타로 부상시켜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체계다”고 설명한다.

문화산업 시장의 규모, 대중매체의 판도, 팬층의 규모와 구성분포 등에 따라 스타 시스템의 구조와 주체가 변해왔다.

▲전지현
▲전지현

KBS, MBC 등 텔레비전 방송사가 연기자와 개그맨 등 연예인을 선발해 전속제를 실시하던 1960~1980년대까지는 방송사가 연기자의 발굴, 유통, 관리하며 스타 시스템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당시 스타의 신변이나 스케줄 관리 등 부차적 업무를 수행했던 연예 기획사와 매니저는 1990년대 방송사 연기자 공채가 사라지면서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키고 스타의 이윤창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스타 시스템의 핵심적인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95년 가수출신 이수만 대표가 설립한 SM 엔터테인먼트가 CAA(Creative Artist Agency)등 미국 유명 스타 에이전시와 쟈니스(ジャニーズ )프로덕션를 비롯한 일본 프로덕션 등 스타를 양성하고 매니지먼트 하는 선진 스타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면서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안착하게 됐다.

이수만 SM 대표는 “미국에 유학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고 스타를 키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체계화하고 전문화된 스타 시스템을 도입해 만든 것이 바로 SM 엔터테인먼트입니다”고 SM 설립 배경을 말했다.

SM 설립 이후 DSP 미미더, JYP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등 가수와 아이돌그룹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연예기획사가 속속 등장했다. 한편으로 영화배우, 탤런트 등 연기자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싸이더스, 에이스타스 등 연기자 전문 연예 기획사도 지속해서 생겨났다.

▲수지
▲수지

2000년대 들어 한 연예인이 연기자나 가수, 예능인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활동하는 것이 일반화면서 스타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연예 기획사들도 가수와 연기자, 예능인 등 다양한 연예인을 양성하는 종합 연예 기획사로 변모했다. 연예기획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드라마, 영화, 음반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SM, YG, FNC, JYP, 싸이더스, 키이스트, 나무 엑터스, 웰메이드 예당, DSP 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등 중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한국 대중문화 판도를 주도하는 스타 시스템의 주역들이다 .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과거에는 영화사나 방송사가 신인을 발굴해 스타를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스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연예기획사가 전문적인 스타 양성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톱스타로 활동하는 전지현 김태희 비 이민호 김수현 수지 엑소 빅뱅 소녀시대 등이 모두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스타들인 것만 봐도 연예기획사의 위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연예 기획사들이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스타화 경로 역시 근래 들어 전문화하고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오디션, 길거리 캐스팅, 미인대회, 오디션 프로그램,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지망생을 연습생으로 뽑은 뒤 2~6년 동안 연기, 댄스, 노래, 예능 개인기 등을 교육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친 뒤 TV, 광고,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을 통해 신인으로 데뷔시켜 연예인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인기를 얻는 사람을 스타로 키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투여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방송무대를 통한 데뷔까지 비용은 엄청나다. 지난해 10월 보고서‘스타가 되기까지’를 발표한 흥국 증권 최용재 연구원은 “5인 멤버의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데 약 1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5인이 2~3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보내는데 5억 원 정도 들어가고, 사전 마케팅에서부터 KBS, MBC 등 지상파 3사 음악방송 활동까지 6주간의 데뷔 활동 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이 5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연예 기획사들은 신인을 스타로 키우는 중요한 역할뿐만 스타들의 위기관리도 담당한다. 대중의 비난을 불러왔던 스캔들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던 이병헌 등 수많은 스타가 연예기획사의 뛰어난 관리로 스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빅뱅
▲빅뱅

최근 들어서는 연예 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중국,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 연예 기획사를 거쳐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2PM의 닉쿤, 미쓰에이의 지아, 페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엠버, 트와이스의 쯔위 등이 연예 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받고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다.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로 활동하다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 루한, 타오도 SM 엔테테이먼트에서 육성됐다.

JYP 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스타를 육성하는 체계화된 한국 스타 시스템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은 외국으로까지 수출되고 있는 한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스타 시스템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노예계약’으로 명명되는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과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 미성년자 연예인의 학습권 미보장, 소속 연예인과 연습생에 대한 성폭행 등 일부 소속사 관계자의 범죄 등이 연예 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명실상부한 선진 스타 시스템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해결돼야할 과제다. (이글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16년 1월호에 게재된 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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