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한국 골퍼들의 우승비결은?

입력 2015-12-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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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1998년 박세리 선수의 극적인 US오픈 우승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박세리 선수의 우승은 IMF로 실의에 잠겨 있던 많은 국민들에게 큰 희망과 기쁨을 주었다. 박세리를 시작으로 김미현, 박지은, 신지애, 박인비, 최나연 선수 등이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우승을 휩쓸면서 한국 여성 골퍼들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골프 강국을 제치고 한국 여성 골퍼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 무엇인지 외국 선수들은 물론 해외 언론의 궁금증이 쏟아진다.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면 그 선수의 좌우명, 유년시절, 가정교육, 습관, 훈련방식 등 모든 것이 대서특필된다. 특히 선수가 즐겨 먹는 음식은 화제의 중심이 된다. 식생활은 체력관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펩시 등 유명 식품회사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거리 달리기 세계 1인자인 우샤인 볼트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전담 요리팀을 데리고 입국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한 2002년 월드컵 때에는 국가대표 선수단이 가시오가피를 먹고 체력이 좋아졌다고 해서 가시오가피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해양수산부는 최근 LPGA에서 활약 중인 최운정 선수를 한국 수산물 홍보모델로 위촉했다. 스포츠와 수산식품을 접목시킨 스포츠 마케팅의 일환이다. 2015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최운정 선수는 지난해 LPGA투어 선수들이 선정하는 모범선수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을 정도로 실력과 인격을 겸비했다. 특히 올해 LPGA 전 경기를 소화한 유일한 선수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이미지가 한국 수산식품이 추구하는 웰빙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 골프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현지인들에게 한국 수산식품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T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LPGA를 통한 한식 홍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2011년에는 US여자오픈을 앞두고 ‘한식의 날’을 지정해 대회 참가선수와 관계자들에게 한식을 제공했다. 당시 한국 선수들끼리 연장전을 가는 접전 끝에 유소연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고, ‘한식 마케팅’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비결은 한국식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샵라이트 LPGA 클래식 골프대회에서 김, 굴 등 수출 유망 수산물 홍보행사를 개최했다. 대회 첫날 선수 전용 식당에서 참가 선수와 가족들에게 다양한 한식요리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대회의 메인 후원사인 샵라이트가 미국 동부지역에 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슈퍼 체인이어서 행사가 끝난 뒤에는 한국식품 입점 상담 및 홍보판촉전 논의가 이어질 수 있었다.

올해 엔저 현상, 세계적 경기침체 등으로 모든 산업에서 수출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농식품 수출은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수산식품 수출은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올해 굴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해 1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고, 김 수출액은 3억 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말 그대로 ‘수출 효자’다. 김 3억 달러어치를 늘어놓으면 지구를 54바퀴 돌 수 있고, 여의도를 45번 덮고도 남는다. “서양인들은 김을 먹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스낵김 개발, 신규시장 개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무엇보다 김이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높은 ‘웰빙식품’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한 것이 주효했다. 미국의 유명 유통업체가 한국 수산식품업체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고, 미국 학교에서 건강 간식으로 한국산 조미김을 채택하기도 한다.

내년에도 수출 환경은 만만치 않다. 한·중 FTA가 발효되고 엔저 현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 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도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이 필요하다.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서는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 골퍼들의 우승비결”처럼 한국식품만의 특징과 장점, 우수성을 적극 알려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김과 같은 제2, 제3의 수출 효자 상품이 세계인의 식탁을 누빌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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