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콜라보를 바라보며

입력 2015-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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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시너지는 극강인데, 두 조직 간 케미(궁합)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올해 증권가 최대 이슈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관전평이다.

지난주 KDB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애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최고가를 제시하며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됐다. 이로써 자기자본 8조원에 육박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을 목전에 두게 됐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업계 1위의 자산운용사와 미래에셋 대우증권의 시너지는 1+1이 3, 4, 5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며 “견고한 경영원칙과 투자철학, 업그레이드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단순히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강하고 더 신뢰받을 수 있는 미래에셋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박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인수가를 더 높게 쓰려고 했다면서, 대우증권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일단 양적인 규모와 사업적 시너지 측면에서 두 회사 간 합병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 보인다.

이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은 조직의 근간인 맨파워와 조직문화다.

그동안 미래에셋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꼽히는 박현주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 아래 무노조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대우증권은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정도로 강성 노조 체제를 지니고 있다.

대우증권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위기를 맞기 전까지는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1등 증권사였다. 그러나 ‘1등 증권사’는 외환위기 이후 부침을 겪었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우증권도 결국 매물로 나오게 됐다. 대우증권의 최대주주는 제일은행 등으로 변경됐고, 대우 계열에서도 분리됐다. 이후 대우증권은 9개월 동안의 매각 과정을 거쳐 새 주인으로 산업은행을 맞는다.

새 주인이 된 산업은행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이후 대우증권은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004년에는 주식중개 점유율 1위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되찾았고, 리서치, 법인영업, 기업공개(IPO) 등에서도 1위 자리에 올랐다. 2005년에는 삼성증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인재 사관학교로 불린 대우증권 이면엔 이처럼 파란만장한 과거사가 녹아 있다. 이 과정에서 똘똘 뭉친 임직원의 역량으로 업계 최고 자리를 유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등의 DNA’를 가진 45년 역사의 대우증권이 이제 다시 16년 만에 까마득한 ‘후배’인 미래에셋의 품에 안기게 되면서 안팎에서 우려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매각과 구조조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단 대우증권 노조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미래에셋을 상대로 △대우증권 인수구조 및 지배구조에 대한 질의 △완전 고용승계 등 구조조정과 관련한 질의 △미래에셋그룹 인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한 질의 등을 던져 놓은 상태다.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명실공히 증권업계 대통령으로 군림하게 된 박 회장도 양사 간 이질적 조직문화를 어떻게 극복할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금융투자업은 누가 뭐래도 인재(人材) 장사다. 이번 인수로 대우증권 후배들이 걱정할 일은 없게 만들겠다는 박 회장의 공언이 메아리로만 그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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