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올해 11%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S&P500지수 수익률은 배당주를 포함해 3%를 기록했다.
올해 거래일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버핏이 올해 안으로 이같은 하락세를 만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버크셔 주가가 연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올해까지 총 11번. 특히 올해는 버핏이 버크셔를 인수한 지 50주년을 맞는 해다. 6년새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그로서는 올해가 오히려 지우고 싶은 한 해로 기억될 수도 있다.
버핏에게 굴욕을 안긴 건 원자재 하락세가 치명적이었다. 버크셔에는 원유와 가스 관련 자회사가 없지만 원유와 농작물을 수송하는 철도 사업부는 물론 공산품 제조 사업부 등이 원자재 하락세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올해 중반부터는 버크셔 산하 보험 사업부마저 저유가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세로 기름 값 부담이 줄자 사람들이 도로에 더 많이 나서게 되면서 사고 관련 보상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갖고 있던 주식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특히 버핏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IBM은 실적 부진 여파 등으로 올해에만 각각 24%, 13% 하락했다. 이러한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버핏의 순자산은 113억 달러 증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핏은 투자자들에 보낸 서한 내용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서한에서 “(회사) 주가와 가치는 거의 수렴되고 있다”면서“버크셔의 주당 순자산과 주가는 지난 50년간 약 182만6163%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는 평소 회사의 주당 순자산을 더 강조했던 것과 상이한 내용이다. 버핏 회장은 또 서한에서 1년 단기 성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