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근로계약 해지)와 취업규칙 등 노동개혁의 뇌관인 양대(2대) 지침에 대한 정부안의 골격이 나왔다.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성과가 부진한 경우 통상 해고가 가능해지며 노조나 근로자의 과반수가 동의하면 근로자에 불리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다만 일반 해고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체계를 갖추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정부는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작성한 ‘논의자료’ 수준이며 ‘쉬운 해고’를 위한 지침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연내 노동개혁 5대 입법이 물 건너간 만큼 정부는 국회 논의 없이 현장에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지침 도입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어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이 우려된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기권 장관 주재로 노동법, 노사관계ㆍ노동경제, 인적자원관리 분야 전문가 19명이 참석하는 양대 지침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근로계약 해지 포함) 마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개정을 놓고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이 사실상 정부 가이드라인 초안인 주요 검토 내용을 발제했으며 이어 90분간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자료에서는 법률 내용과 판례의 입장 등을 통해 근로계약의 본질상 업무능력 결여나 근무성적 부진 등을 근로 제공 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으며, 통상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업무능력 부족이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객관적ㆍ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는지, 교육훈련ㆍ배치전환 기회가 제공됐는지, 업무능력의 개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평점이 낮다고 무조건 저성과자로 분류하는 것은 금지하고 사용자들이 전임 노조 간부, 출산육아휴직 후 복귀자 등은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이날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면 사용자가 기존보다 근로조건을 낮추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법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정년 60세 연장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노조 동의 없이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정지원 정책관은 “이날 전문가가 제시한 의견을 초안에 적극 반영하고 이후 추가 간담회와 현장 노사의 의견 청취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신년 연휴도 노동계와 물밑접촉을 시도해 협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쉬운 해고와 일방적 임금 삭감 등을 이유로 양대 지침 자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당장 이날 토론회장 주변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정부의 일방적 지침 논의의 저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