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인사 회오리…키워드는 ‘강한 회장’ ‘약한 은행장’

입력 2015-12-30 10:38 수정 2015-12-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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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측근 인사들 약진… 영업, 글로벌, IT 등 전략은 제각각

올해 주요 은행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KB국민은행, 신한, KEB하나, 농협, 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인사는 회장 직할 체제 강화로 요약된다. 금융지주 회장 측근들이 지주 요직은 물론 은행 부행장 등에 배치됐다.

회장의 영업 전략에 따라 개별 은행의 특징이 결정됐다. KB금융지주는 ‘IT(핀테크·인터넷뱅크)’와 ‘IB’ 확대에 집중했다. 신한금융은 임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KEB하나금융은 ‘영업’에 방점을 찍었고, NH농협은 영업 대신 ‘기획’을 선택했다.

우리은행의 키워드는 ‘개혁’이다.

5대은행 중 유일하게 회장이 없는 우리은행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외국계 은행과 같은 부문별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했다.

◇KB, 핀테크와 기업금융 강화 = 우선 KB금융지주는 전략담당 부사장직을 없애고 이동철 KB생명보험 부사장을 KB금융 전략·재무 담당 전무로 선임했다. KB손해보험 대표로 이동하는 양종희 부사장 후임이다. 내달 취임하는 김옥찬 사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CIB(기업투자금융) 부문 강화가 특징이다.

전귀상 기업금융그룹 전무와 허인 경영기획그룹 전무 두 사람이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기업금융그룹의 경우 명칭이 CIB그룹으로 바뀌고, 그룹 내 ‘인프라금융부’를 신설했다. 대우증권 인수 불발 후 은행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 간 CIB 역량 교류를 위해 IB 관련 조직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부행장 가운데 강문호 여신그룹 부행장만 물러났다. 이오성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김기헌 IT그룹 부행장은 기존 업무 그대로 유임됐다. 이홍 부행장은 영업그룹에서 경영기획그룹으로, 박정림 부행장은 리스크관리 그룹에서 ‘은행의 꽃’이라 불리는 여신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직 개편도 눈여겨 볼만하다.

핀테크, 인터넷뱅크 등을 위한 미래금융부, 그리고 테이터 분석부와 글로벌전략부가 신설됐다. 미래금융부는 상무에서 승진한 박영태 전무가 맡고, 글로벌전략부는 대우증권 인수를 담당했던 박재홍 전무가 총괄한다.

홍보를 담당했던 김기환 상무가 리스크관리부·모델검증 부문으로 이동하고, 신홍섭 상무가 홍보와 디자인 부문 후임으로 온다.

국민은행은 지주의 미래금융부에 대응하는 ‘미래채널그룹’을 만들었다. 지주와 은행의 시너지를 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전반적으로 윤종규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다.

또 기관 영업을 전담하기 위한 기관고객본부, 나라사랑카드 입찰을 위한 나라사랑금융실, 외국인 마케팅을 확대하기 위한 외국고객부도 각각 신설했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부행장이 기존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고, 11개 그룹에서 12개 그룹으로 조직이 확대됐다. 그러나 임원 겸직을 확대해 인력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 ‘젊은 피’ 수혈 =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은 중폭 수준의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실시했다.

신한금융은 임영진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금융 부사장으로 신규 선임하고, 임보혁 신한금융 부사장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취임 후 첫 인사를 단행한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이번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모처럼 은행장의 색깔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행장으로 승진한 왕태욱, 최병화, 권재중 부행장보 가운데 1960년생인 왕태욱 부행장보를 제외하면 모두 1962년생이다.

신임 부행장보는 더 나아갔다. 신규 선임한 본부장 5명 가운데 우영웅, 윤상돈, 이창구는 본부장 승진 2년 만에 부행장보로 파격 승진했다. 또 서춘석과 윤상돈 본부장은 고졸 출신으로 실력을 중시하는 신한의 문화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IB 본부장이었던 우영웅 부행장보는 CIB그룹을 담당할 전망이다. 기관 영업에 강점을 보인 윤상돈 본부장을 불러온 것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독점해왔던 나라사랑카드 국가 입찰에서 올해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자리를 내줬다.

허영택 본부장은 현재 베트남 법인장으로, 글로벌사업그룹을 총괄하고, 전산 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서춘석 부행장보가 ICT그룹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창구 본부장은 경영기획그룹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KEB하나, ‘영업통’ 대거 배치 = KEB하나은행은 부행장 6명 중 5명을 교체하는 큰 폭의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 특히 신규 선임된 부행장 5명 중 3명을 영업통 출신으로 채웠다.

황인산 경기영업그룹 담당 전무가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으로, 윤규선 서울서영업그룹 전무는 기업고객지원그룹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또 윤석희 부산영업그룹 전무가 영남영업그룹 부행장을 맡는다. 박종영 자산관리그룹 전무는 자산관리그룹 부행장으로, 유제봉 전 글로벌사업그룹총괄대행은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KEB하나은행은 부행장을 5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6명 중 연임은 리테일고객지원그룹 부행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김정기 마케팅그룹 부행장이 유일하다.

하나금융지주는 유제봉 은행 부행장이 새로 부사장에 선임됐고, 황효상 리스크관리 상무와 안영근 홍보팀 상무가 모두 전무로 승진했다. 이 모든 인사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 은행장 교체 ‘초강수’ = 농협금융지주 인사는 변화와 혁신, 성과중심의 인사를 통한 조직 체질을 개선하고 계좌이동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급속한 금융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미래 신성장사업 추진과 글로벌 전략추진, 수익력 제고 등도 고려했다.

먼저 이경섭 전 부사장이 NH농협은행장에 임명됐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주변의 예상을 깨고 은행장을 교체했다. 공석이 된 금융지주 부사장에는 오병관 상무가, 재무관리 담당 상무로는 허원웅 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이 발탁됐다.

또 농협은행 정성환 카드기획부장은 금융지주 상무로 임용돼 향후 계열사 인사 시 계열사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부행장에는 지역본부 및 영업본부의 박규희·김형열·오경석·박태석 본부장과 중앙본부의 서기봉 공공금융부장을 발탁했다.

박규희 부행장은 기업금융, 박태석 부행장은 리테일금융 분야의 전문성과 사업추진력을, 오경석 부행장은 지역본부장 재임시 경영관리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김형열 부행장은 일선 영업본부에서 업적평가 1위로 실력을 입증했고, 중앙본부 부장출신의 서기봉 부행장은 농업·공공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돼 발탁됐다.

김용환 회장은 “금융회사로서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 수익성 창출과 선제적 리스크관리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협금융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해외진출 차별화, IT(정보기술)와 금융을 융·복합화한 핀테크 활성화, 농업성장펀드 등의 신수익 창출에 전사 역량을 결집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 ‘개혁’키워드… 외국계 시스템 도입 = 우리은행은 이달 4일 성공적인 민영화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그룹 간 책임경영과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해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행됐다. 특히 민영화에 대비한 안정적인 조직운영을 위해 업무 연관성이 높은 조직들을 묶어 그룹장이 관할토록 하는 ‘그룹제’를 도입했다.

고객·시장·사업부문을 고려해 국내그룹, 글로벌그룹, 영업지원그룹 등 3개 그룹으로 편성하고, 그룹장은 소관업무에 대한 책임경영과 조직간 협의조정이 필요사항에 대한 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신설되는 영업지원그룹장에는 이동건(전 수석부행장), 국내그룹장에는 남기명(개인고객본부장), 글로벌그룹장에는 손태승(글로벌사업본부장)이 임명됐다.

기존 스마트금융사업단을 ‘스마트금융사업본부’로 격상시켰다. 또한 해외 투자와 해외 우량자산 확대를 위해 IB사업단을 본부로 격상시켜 자금시장사업단 등과 함께 글로벌그룹 산하 조직으로 개편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우리은행은 기존 10본부 10단 57개 본부부서에서 3그룹 10본부 9단 55개 본부부서로 바뀌게 된다.

새로 선임된 집행부행장은 기관고객본부장 김재원(자금시장사업단 상무),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 김홍희(전 업무지원단 상무), IB본부장 김홍구(전 IB사업단 상무), 스마트금융사업본부장 조재현(전 스마트금융사업단 상무), 리스크관리본부장 최정훈(전 외환사업단 상무) 등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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