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부터 추진 중인 ‘기업공시제도 규제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포괄주의 공시의무 도입 등을 골자로 코스피∙코스닥 시장 공시규정을 개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개정된 공시규정은 상장법인과 투자자에 대한 안내를 거쳐 내년 5월 2일부터 시행되며, 일부 개정사항은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코스피 상장법인은 임원의 횡령∙배임 관련 공시의무 부과기준이 강화된다. 현재는 횡령∙배임 규모가 자기자본대비 5%(대규모 법인의 경우 2.5%) 이상인 경우만 공시가 의무화돼 있지만 앞으로는 횡령 배임 규모와 관계없이 공시해야 한다.
또한 코스피∙코스닥 시장 공통적으로 공시의무 대상으로 열거되지 않은 중요정보의 경우에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투자정보로서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포괄조항’ 도입이 이뤄진다. 현재는 상장법인이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상 열거돼 있는 사항 외에는 공시의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거래소가 세칙을 통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투자정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경영환경도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고, 각 정보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판단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중요정보라고 판단하면 적극 공개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의 양이 일정부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기업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해 자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하지 않아도 되던 것들을 공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관리 절차도 정비된다. 거래소가 공시내용 등에 관련한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에 기업이 불응하는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벌점 부과 제제가 새로 마련된다. 다만 포괄조항 도입에 따라 공시해야 하는 중요정보 중 경영상 비밀유지 필요성이 큰 항목은 기업이 거래소에 공시유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이밖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특수목적회사(SPC)인 경우 최근 사업연도 자본금 전액잠식에 대한 공시의무가 면제되며, 같은 이유인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서도 제외된다. 상법상 유동화채권 발행회사는 자본금 1만원 내외의 서류상 회사로서 사실상 결산마다 ‘자본금 전액 잠식 상태’이므로 공시 실익이 없다는 것이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횡령∙배임 공시기준 변경안과 SPC법인의 자본금 전액잠식 공시의무 제외 사항은 오는 31일부터 즉시 시행된다. 예시적 포괄주의 도입과 관련한 개정사항은 상장법인 안내, 공시담당자 교육, 시스템 변경 소요기간 등을 감안해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단, 포괄조항에 따른 불성실공시 제재절차는 기업부담을 고려해 내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