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강달러에 따른 루블화 약세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2016년에도 침체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이날 장중 73.7688루블까지 떨어졌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파문으로 급락했던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루블화 가치는 2014년에 40% 이상 떨어지고 2015년에도 26% 하락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위기의 정점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하는 등 현재 경제상황이 안정을 찾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국제유가 하락은 이런 낙관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마이너스(-)3.7%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도 성장세 회복은 요원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날 미국 원유재고의 예기치 못한 급증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 정책 유지 소식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전일 대비 3% 이상 급락한 것은 러시아 경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리스크들이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FT는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이번주 발표한 경제지표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이는 1990년대 말 경제 혼란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3.1% 급감했다.
러시아 재벌과 관리 등도 이번 주 자국 국영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국의 위기 상황을 경고했다. 러시아의 손꼽히는 재벌 중 한 명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2016년이 2015년보다 쉬운 한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장관은 “러시아는 앞으로 수년간 저유가에 대비해야 한다”며 “소비지출 감소도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소재 르네상스캐피털의 올레그 코즈민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러시아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며 “현재의 혼란은 아직 바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