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새해 벽두부터 ‘금융권발’ 대기업 구조조정 칼바람

입력 2015-12-31 09:55 수정 2015-12-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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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丙申年) 새해부터 대기업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31일 “경기 회복의 뚜렷한 징조가 없는 만큼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기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게 될 대기업 19곳을 추가로 발표했다.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오른 대기업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돈기업인 동아원 등 상장사 3곳을 포함한 총 54개사로, 금융권 여신규모만 약 20조원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평가 대상 기업 범위 늘어… C·D등급 작년보다 20개 늘어= 채권은행들은 약 두 달간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368곳을 대상으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했다.

수시 평가 대상 기업의 범위는 종전보다 확대됐다. 지난해 상반기 정기 평가 이후 채권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요주의’ 이하로 떨어진 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때 B등급으로 분류된 기업, 은행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대상(워치리스트)으로 삼은 기업이 새롭게 포함됐다.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대기업은 한국거래소 상장사 3곳을 포함해 총 1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C등급(워크아웃)과 D등급(법정관리)은 각각 11개, 8개다.

이 중 제분ㆍ사료 사업이 주력인 동아원은 자동차 수입, 와인 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결국 지난달 18일 303억9000여만원의 무보증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21일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 29일 채권단 회의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됐다.

동아원 외 상장사 2곳은 각각 C,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주가 영향과 원활한 구조조정 진행 등을 명목으로 다른 2곳의 상장사 명단 공개를 꺼렸다.

금융당국은 상장사를 포함한 C·D등급의 기업 명단 ‘비공개’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과 영업활동 등을 지원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채권은행의 평가와 함께 시장의 검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상장사의 경우 투자자의 이해관와 직결되기 때문에 해당 정보에 대한 공개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신용공여액 20조…국책은행 건전성 ‘비상’=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9개사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총 1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12조2500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보험과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증권 등이 각각 800억원, 1000억원, 100억원, 2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상반기 CㆍD 등급을 받은 35개사에 대한 신용공여액 7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은 약 19조6000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권의 손실흡수 여력 등을 감안하면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책은행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충당금 비중은 전체 규모의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최소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전체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기존 1.41%에서 1.98%로 0.57%포인트 상승하며, 국책은행은 2%대를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 부원장보는 “은행별 충당금이 산은과 수은 등 일부 특수은행 위주로 많이 몰렸다”면서 “은행 나름대로 자본 확충 등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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