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자본시장 60년] IT ‘대박의 꿈’… 결국 물거품으로

입력 2016-01-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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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2000년 초반 2800선 넘나들어… 인터넷기업 쓰러지며 80% 가까이 폭락

1997년 외환위기라는 커다란 파도를 넘긴 국내 자본시장은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에 닷컴 버블(dot-com bubble) 붕괴라는 또 다른 고난을 맞았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7월 1일 중소, 벤처 기업의 직접금융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개설됐다. 그러나 금융위기 여파로 고전하다 닷컴 열풍과 함께 1999년 3월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인터넷의 대두였다. 앉아서 뉴스와 영화, 책을 보고 대화소통이 가능했던 꿈의 통신망이 대중화되자 너도나도 이 분야의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국에서 제일 큰 인터넷 사업자였던 AOL의 주가는 당시 기준으로 100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숫자를 기록했고 인터넷을 대표하는 AOL과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적이었던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와의 합병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IT 관련 벤처기업이나 기존 IT 기업들의 주가는 폭등했다. 당시 잘나가던 나스닥은 2000년 6월에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일본 내 나스닥재팬을 설립할 정도였다.

국내 상황도 비슷했다. 1999년 인터넷 기업이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 20%를 넘어서며 닷컴 버블, IT 버블이 시작됐다. 1998년 말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7조9000억원 수준이었으나 1999년 말에는 급격하게 늘어나 무려 98조7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당시 코스닥 지수는 240%나 상승했다. 당장 수익모델이 없어도 주가수익배율(PER)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았으며, 주가수익배율이 100배 가는 기업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었던 인터넷 기업들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닷컴버블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닷컴기업들이 만들어지는 건 유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기업이 생겨났지만, 새로 생겨난 많은 기업은 사업을 유지할 만큼 지속 가능한 수익이 나지 않았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가 오르고 한미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된 시기로, 코스피 수익률의 변동성으로 표현되는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더욱 커졌다.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대외부채를 줄여가며 경기 회복을 위해 묻지마식 기술금융과 신용카드 발급 등 급속한 신용확장 정책을 취한 점도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2800선을 넘나들던 코스닥 지수는 이후 급격한 폭락을 경험하며 1년도 안 돼 그해 말에 무려 525.8 포인트로 80%가량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때는 ‘닷컴’이란 이름만 붙으면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며 “인터넷 혁명이라는 굉장한 변화가 생겼던 때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에 취해서 증시와 투자자들이 모두 미쳤던 때”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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