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자본시장 60년]“나스닥처럼”…주식장외시장 개설 ‘한국물산’ 첫 거래

입력 2016-01-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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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새롬기술 564배 폭등… 세종하이테크 첫 주가조작 적발 신뢰 추락

코스닥 시장의 모태는 1987년 4월 1일 출범한 ‘주식장외시장’이다. 1980년대 한국증권협회는 미국증권협회가 1971년부터 운영한 나스닥(NASDAQ)에 주목했다. 나스닥은 장외에서 거래하는 비상장 주식의 호가를 종합하는 시장이다. 협회는 국내에도 나스닥처럼 벤처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캐피탈사는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이에 협회는 정부에 건의, 4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코스닥 시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첫 거래 종목은 한국물산 = 1987년 4월 15일 스피커 제조업체 에어로시스템, 건설업체 범양건영, 섬유업체 한국물산 3곳이 주식장외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이들 회사 중 현재까지 상장을 유지하는 곳은 범양건영뿐이다. 범양건영은 1988년 5월 유가증권 시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코스닥 시장의 태동을 함께한 기업 중 남아있는 회사는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주식장외시장에서 첫 거래된 기업은 한국물산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1987년 5월 15일 신영증권에서 액면가 5000원인 한국물산 주식 3000주를 주당 1만원에 매수했다. 주식장외시장의 첫 거래대금이 3000만원이 되는 순간이다. 출범 첫해 13억원에 그친 주식장외시장의 거래대금은 1990년대부터 크게 늘었다. 1992년 한국외환은행, 동화은행, 유원건설 등 대기업이 주식장외시장에 입성한 덕이다. 이 해에 주식장외시장의 거래대금은 1015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주식장외시장이 성장을 이어가자 1996년 6월 12일 재정경제원은 주식회사 코스닥증권의 증권업을 허가했다. 같은 해 7월 1일 코스닥 시장이 출범했다. 예선 주자들의 본선 진출에 9년 3개월이 걸린 셈이다.

◇새롬기술, 코스닥 종목 첫 주당 100만원 돌파 = 1999년 8월 1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새롬기술은 사상 처음으로 주당 100만원을 넘어선 종목이다.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 사업을 했던 이 회사는 1999년 12월 6일 종가 기준 주당 105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을 기록해 상장 4개월 만에 황제주 자리에 올랐다. 새롬기술의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서기 전에는 한국정보통신이 1999년 7월 21일 장중 96만5000원을 기록한 것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새롬기술은 2000년 2월 18일에는 282만원까지 올라, 반년 사이 564배나 뛰었다. 당시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2000년 기준 재계 6위 한진그룹의 8개 상장사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골드뱅크도 1990년대 코스닥 시장을 이끈 대표 선수다. 인터넷업체 골드뱅크는 1998년 10월 13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첫 거래 가격이 800원이던 골드뱅크는 이듬해 5월 3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닷컴 열풍으로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던 것이 골드뱅크 주가 급등의 배경이었다. 이 회사는 자본잠식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9월 4일 상장 폐지됐다.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한국디지털라인 부도… = 코스닥 시장의 역사에서 1990년대 말 불거진 공모가 거품 논란은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초에는 세종하이테크의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시장의 신뢰가 단번에 무너졌다. 1999년 12월 11일 코스닥에 등록한 세종하이테크는 회사 대표와 증권사 직원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 2000년 1월 11만원이었던 세종하이테크의 주가는 같은 해 3월 33만원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회사 대표는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당시 세종하이테크의 총주식 75만주의 20%가 넘는 15만~18만주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 수사당국에 적발된 코스닥 시장의 첫 주가조작 사례인 세종하이테크는 시장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코스닥 시장은 이후에도 악재를 면치 못했다. 2000년 10월에는 한국디지털라인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벤처기업의 원조격인 메디슨의 부도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 특히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이 동방금고에서 불법 대출하고, 금융당국 고위직이 이를 묵인한 ‘정현준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장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의 무너진 신뢰가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0년 평균 1481.44였던 코스닥 지수는 이듬해 709.42로 52.1% 하락했다. 투자심리 악화와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여러 악재가 겹친 2004년 8월 4일 코스닥 지수는 32.4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던 코스닥 시장의 부흥을 이끈 종목 중 하나는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회장이 2002년 세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은 2008년 9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2015년 12월 21일 기준 9조3315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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