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는 힘센 수컷 한 마리를 왕으로 받들고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생활한다. 가족애가 좋다.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의 조상이 바로 붉은 원숭이라고 한다.
그런데 원숭이가 들어 있는 성어에는 긍정적인 게 적다. 원숭이가 재주는 많지만 경망스럽고 잔꾀에 능하다는 이미지 탓이리라. 그런 성어 중에서 심원의마(心猿意馬) 또는 의마심원(意馬心猿)부터 이야기한다. 번뇌와 정욕 때문에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는 뜻으로, 원래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인간의 마음은 사실 날뛰는 말을 그치게 할 수 없고 떠드는 원숭이를 진정시킬 수 없듯이 다잡기가 어렵다. 당나라 때의 고승 석두(石頭)대사가 선의 참뜻을 설한 참동계(參同契) 주(註)에 “마음은 원숭이처럼 안정되지 않고 뜻은 말처럼 사방으로 내달아 신기가 밖으로 어지럽게 흩어진다”[心猿不定 意馬四馳 神氣散亂於外]는 말이 나온다.
일생동안 2만 여 수의 시를 썼다는 남송의 문인 양만리(楊萬里·1127~1206)의 시에는 “온갖 번뇌 물리쳐 가두고 해와 달에 묶여 지내리”[鎖卻心猿意馬 縛在金烏玉兎]라는 말이 있다. 금오(金烏)는 태양, 옥토(玉兎, 옥토끼)는 달을 말한다.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王陽明·1368~1661)은 전습록(傳習錄)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 배울 때는 마음이 원숭이 같고 뜻이 말과 같아 꽉 붙들어 안정시킬 수가 없다.”[初學時 心猿意馬 全縛不定]
심원의마라는 말을 새기며 새해의 마음공부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