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를 뜻하는 한자에는 원(猿) 미(獼) 후(猴) 원(猨) 호(猢) 손(搎) 성(猩)이 있다. 이 글자들이 크기에 따른 분류인지 색깔에 따른 분류인지 알 수 없다. 대체로 성(猩)은 성성이, 원(猨)은 큰 원숭이, 후(猴)는 보통 원숭이를 뜻하는데 미후(獼猴)라는 원숭이도 있다. 어쨌든 猴는 가장 많이 쓰이는 猿보다는 작은 원숭이이다. 1748년(영조 24)에 편찬된 만주어 어휘집 동문유해(同文類解)에는 큰 잔나비, 잔나비로 각각 구분돼 있다.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말에 원후취월(猿猴取月)이 있다. 원숭이가 달을 잡는다는 뜻이다. 불교경전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에 나온다. 옛날 인도의 파량나[波良奈]성에서 500마리의 원숭이가 연못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고 나무에서 손으로 꼬리를 잡고 길게 뻗어 연못에 닿으려는 순간 나뭇가지가 부러져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 어리석음을 부처가 비구(比丘)들에게 훈계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내용은 같은데 착월선후(捉月獮猴)라고 말하기도 한다. 獮은 죽일 선 자다. 獮田(선전)은 가을철에 하는 사냥을 말한다. 그러니까 착월선후는 달을 잡으려다 원숭이를 죽였다는 뜻이 된다. 원래 불교에서는 원숭이를 욕심에 눈이 어두워진 사람을 지칭하는 뜻으로 쓴다. 탐욕에 젖어 거짓이거나 무리인 줄 모르고 덤비다가는 결국 낭패지경(狼狽之境)에 빠지고 만다.
捉月煽猴(착월선후)라고 글자를 바꿔 쓴 사람도 있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달을 잡으라고 무리를 선동했다는 말인데, 그만큼 지도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글자를 잘못 알고 견강부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천하의 주객 이백도 물 위에 뜬 달을 잡으려고 뛰어들었다가 빠져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이백이 원숭이처럼 어리석었던 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