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투자자가 올해 유럽증시를 미국, 신흥시장보다 더 낙관하고 있다. 범유럽 증시 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지난해 6.8% 상승해 0.7% 하락한 뉴욕증시 S&P500지수와 대조를 보였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해 유럽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해도 이 두 요인이 증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블랙록의 유원 캐머런 와트 글로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증시 부문에서 유럽은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며 “ECB의 금융완화 정책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기업 실적 개선 등이 2016년 유럽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가 되는 것은 경제가 아닌 정치적 요인이다. 유럽연합(EU) 역내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은 EU를 지지하는 기둥 중 하나이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밀려드는 난민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치인들이 합의하지 못하면 이 원칙이 붕괴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로 이슬람국가(IS) 전투원이 유럽 국경을 자유롭게 통과해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각에서는 이 원칙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 올해 중반 영국에서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있을 예정이어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투표 결과 EU 2위 경제국인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실제로 일어나면 영국 무역과 투자가 타격을 받아 허덕이는 것은 물론 EU 전체에도 뚜렷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이 발달한 영국의 이탈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의 EU 탈퇴 세력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여전히 유럽증시에서 매도 압력은 지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다. ECB는 지난달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오는 2017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유럽증시에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경기둔화에 허덕이는 것과 달리 유럽은 경기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 내년은 1.9%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스페인의 GDP 성장률은 2.7%로, 독일의 1.9%를 크게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이탈리아 성장률도 1.5%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