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가 좋다] ‘전주 사나이’ 김태훈, “한국오픈ㆍ신한동해오픈 우승이 목표!”

입력 2016-01-04 06:38 수정 2016-01-0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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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김태훈은 현재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훈련 중이다. 그가 말하는 전주는 “그냥 편안한 집”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프로골퍼 김태훈은 현재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훈련 중이다. 그가 말하는 전주는 “그냥 편안한 집”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다시 시작해야죠. 올핸 한국에서 1등하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선수로서 경기를 즐긴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상황마다 재미를 찾을 생각입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카이도 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태훈(31ㆍJDX)의 신년 각오다.

그는 지난해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경험했다. 악천후 속 사흘간의 혈투 끝에 시즌 마지막 대회 트로피를 거머쥐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2013년 8월 보성CC 클래식 이후 2년 3개월 만의 우승이었다. 이후 김태훈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진출을 위해 출국했지만 퀄리파잉 토너먼트(QT) 3차전에서 한 타 차 고배를 맛봤다.

하지만 김태훈에게 아쉬움은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김태훈은 곧 다가올 시즌을 대비해 또 다시 칼을 꺼내들었다. 그는 현재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스윙 교정과 체력훈련을 하며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근 그의 부친 김형돈 씨가 운영하는 전주골프백화점(전북 전주시 덕진구)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칼바람이 얼굴을 할퀴는 추운 날이었다. 김태훈은 이날도 클럽을 꺼내들고 연습에 한창이었다. “스윙을 교정과 체력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첫 대회가 4월에 있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 훈련하는 것보단 국내에서 훈련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김태훈을 만난 곳은 그의 아버지 김형돈 씨가 운영하는 전주골프백화점(전북 전주시 덕진구)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최근 김태훈을 만난 곳은 그의 아버지 김형돈 씨가 운영하는 전주골프백화점(전북 전주시 덕진구)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대부분 프로골퍼들이 해외로 떠나고 없는 시즌이다. 하지만 김태훈은 칼바람을 피하지 않았다. “2월 중순쯤에 제주도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올 생각이에요. 그때쯤이면 개막전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둘러서 해외로 나가봐야 개막전에서는 오히려 샷 감이 떨어지거든요.” 그가 긴 겨울을 국내에서 나는 이유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JGTO 시드전으로 흘렀다. “뭔가 잘 안 맞았나 봐요. 지난 시즌 때도 경험했던 코스라서 낯설지 않았거든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코스였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 많이 아쉽죠.” 그가 쓴 웃음을 지었다.

사실 일본 투어는 김태훈이 오래전부터 꿈꿔온 무대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해외 무대에서 뛰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PGA 투어는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단 일본에서 경험을 쌓고 또 다른 무대에 도전하는 게 꿈입니다.”

김태훈은 KPGA 코리안 투어의 간판스타다. 잘 생긴 외모에 차분하면서도 위트 있는 말솜씨, 거기에 걸출한 기량까지 지녔다. 특히 파워풀한 드라이브샷은 골프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KPGA 코리안 투어 대회장에는 늘 그의 팬클럽 10여명이 함께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로의 꿈을 접지 못하는 이유는 열악한 투어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KPGA 코리안 투어는 수년째 스폰서 난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 몫이다. “KLPGA 투어는 몇몇 선수들이 주도하는 양상이지만 남자 투어 기량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물론 하향평준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웃음). 다승이 어려울 만큼 팽팽한 경기력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많지 않아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게 아쉽죠.”

▲그의 아버지 김형돈 씨가 운영하는 전주골프백화점에는 지난해 마지막 대회 카이도 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가 놓여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그의 아버지 김형돈 씨가 운영하는 전주골프백화점에는 지난해 마지막 대회 카이도 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가 놓여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그의 국내 투어에 대한 서운한 마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회가 많지 않다보니 컨디션 조절도 어려워요. 2개월 동안 대회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스스로 생각해도 나태해지더라고요. 대회가 없으니 기량은 떨어지고 기량이 떨어지면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그는 시즌 최종전을 우승하고도 흡족하지 못했다. 더 이상 대회가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거다. “우승을 ‘조금만 일찍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샷 감각이 최고조에 올라왔는데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팬클럽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감추지 않았다. 충남 태안의 현대더링스 골프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는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김태훈을 응원했다. “경기를 마치고 함께 식사를 했는데 이젠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요. 하지만 부담감도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좋은데 성적이 받쳐주지 못해서 걱정이에요. 주변에서 (좋지 않은)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는 지난 시즌 성적을 80점으로 평가했다. 시즌 내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을 감안한 점수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티샷 정확도를 끌어올려야 해요. 드라이브샷 실수가 많았거든요. 2013년엔 자신감이 있어서 거리도 늘었는데 지난 2년간은 자신감이 떨어진 만큼 거리도 줄더라고요. 하지만 마지막 대회를 기점으로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올핸 한국오픈과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만큼 두 대회에서는 꼭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는 다시 클럽을 들었다. 그의 열정은 한겨울 추위도 식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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