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또 다시 길어지면서 ‘셀 코리아(Sell Korea)’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에게서는 저유가 흐름, 달러강세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 이탈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5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간 기준으로 2008년 1월3~31일(총 21거래일)을 넘어 역대 4번째로 긴 연속 순매도 기록이다. 이 기간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빼낸 자금은 3조7052억원에 달한다.
최근의 외국인 이탈에는 저유가, 환율, 신흥국 증시 불안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저유가다. 기름값이 낮아지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중동 산유국의 국부펀드가 신흥국 증시에서 투자금을 회수한 데 따른 현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전후로 나타난 달러화 강세도 외국인 이탈의 원인이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한국 주식자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의 경우 지난달 중순까지 연일 2000억~3000억원대의 매도물량을 쏟아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또 다른 원인은 중국을 불안에 따른 신흥국 증시 전체의 동조현상이다. 실제 미국 금리인상이 이뤄진 이후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에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1000억원 미만까지 줄었다. 하지만 새해 첫 거래일 터져 나온 중국발 악재가 터지면서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다시 1월 4일 1572억원, 5일 1897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외국인의 이탈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유가와 환율 등의 흐름을 볼 때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경기개선 기대감도 약해 수출주가 고환율의 수혜를 입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중국 경기의 불안은 자원수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이탈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가운데서도 ‘어느 자금’이 빠져나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도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는 중동자금과 유럽계자금이 매도주체”라며 “만약 전체 외국인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계 자금이 돌아서는 경우 문제가 정말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