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이슈] 은행권 더 견고해진 ‘유리천장’… 연말인사 女임원 승진 ‘0명’

입력 2016-01-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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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임원은 박정림 KB 부행장만 생존… KEB하나 김덕자·최동숙 전무 등 모두 물러나

은행권에 불던 ‘여풍(女風)’이 쥐 죽은 듯 잠잠해졌다. 2013년부터 매년 여성 임원이 2∼3명 배출되던 시대는 끝난 듯하다.

한동안은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고, 여성이 시중은행 부행장 자리를 꿰차는 등 국내 은행권의 ‘유리천장’에 미세한 균열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섣부른 예단이었을까. 은행권의 유리천장은 더욱 견고해졌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여성 임원은 자취를 감췄다. 여성 임원 승진자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그나마 손에 꼽힐 정도로 적던 여성 임원마저 대거 물갈이되면서 이젠 시중은행에서 여성 임원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다. 은행권에서 여성 임원이 설 수 있는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11개 시중은행 및 특수은행의 ‘남녀 임직원 성비 및 평균연봉’ 자료에 따르면 11개 은행 임원 총 304명 중 여성은 단 20명(6.6%)에 불과했다.

6%대의 수치는 2%대로 내려앉았다. 연말인사를 통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부행장에 이름을 올린 46명 중 여성 부행장은 국민은행의 박정림 여신담당 부행장이 유일하다. 박 부행장은 리스크 관리 담당에서 여신그룹 담당으로 전보됐다. 이는 100명 중 2명 꼴인 2%대에 불과한 수치다. 5대 은행의 승진자 45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통합 하나은행에 소속된 여성 임원들은 ‘단임’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김덕자 전무와 최동숙 전무가 퇴임한데 이어 천경미 고객보호본부 전무까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덕자·최동숙 전무는 하나은행 최초의 여성 전무였고, 최동숙 전무 역시 외환은행 최초의 내부 출신 여성 임원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견고한 유리천장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에서 전무급 이상의 여성 임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연말 인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 내 유일한 여성 임원이던 김옥정 부행장은 연말의 인사태풍에서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김 부행장은 1981년 입행 당시 95명의 동기 가운데 단 둘만 여성이었을 정도로 남성 위주의 은행 문화 속에서도 실력을 다지며 부행장에 올랐지만 2년의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 역시 이번 인사를 통해 임원 자리를 내줘 은행 내 유일했던 여성 부행장급 자리가 사라졌다. 이로써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여성임원은 단 한 명도 없게 됐다.

특히 농협은행은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여성 임원도 배출하지 않았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역시 여성 임원을 선임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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