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이번 생은 망했다는‘이생망’과 무슨 관련?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1-0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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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과 '이생망'

▲대한민국 현실을 투영한 '내부자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사진='내부자들'스틸컷)
▲대한민국 현실을 투영한 '내부자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사진='내부자들'스틸컷)
“본 영화는 실제와 상관이 없는 허구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 나타난 두 문장의 자막은 영화의 그 어떤 장면보다 충격적 반전이다. 그 반전의 강렬함은 이내 “본 영화는 2016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실제입니다. 다만 결론 부분만 픽션임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패러디 자막을 이끌어낸다. 청소년 관람 불가임에도 700만 명이 관람하고 지난 12월 31일 개봉한 감독‧확장판 역시 흥행사를 새로 쓰며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열기가 여전한 영화 ‘내부자들’이다.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대권을 잡기 위해 불법과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 검사 출신 국회의원, 불법자금 지원으로 담보 받은 정치권과 언론의 비호로 기업을 키우는 재벌, 그리고 부패한 권력과 부정한 재벌을 옹호하는 논설주간에 대한 징악(懲惡)의 5분간 엔딩 판타지에 취해있기는 현실은 너무 잔혹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대한민국 현실은 어쩌면 영화 속 125분간을 수놓았던 권력과 금력을 쥔 내부자들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2016년 새해 들어 정부와 언론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허망한 청년 담론들을 쏟아내고 있다. 문양은 달라도 청년 담론의 본질은 도전과 혁신의 청년 정신 회복이 당면한 청년 문제의 해법이라는 청년들마저 외면하는 언어유희다. 언론과 정부의 청년 담론에 쓴웃음 짓던 청년들의 마음을 정작 사로잡는 것은 하나의 유행어다. 지난해 방송된 ‘킬미 힐미’같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끔 등장했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이 청년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유행어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고통스러운 유행어 ‘헬조선’ ‘금수저’ 보다 더 절망적이다. 자조와 포기의 완결판 유행어 ‘이생망’은 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영화‘내부자들’ 내용처럼 이 땅의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 상당수가 불법과 부정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권력과 금력을 확대재생산 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금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더욱더 견고하게 구축한다. 이들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국민과 사회에 떠넘기는 1%만을 위한 극단의 이기적 사회를 만든다. 이로 인해 노력하거나 실력이 있으면 성공한다는 성공신화는 유효성이 상실되고 대신 금수저 신화가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대한민국으로 전락했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은 문제와 탐욕이 증폭될수록 헬조선의 고통은 그만큼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이망생’이라는 절망의 유행어가 이 땅의 청춘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2016년 현실 때문에 ‘내부자들’에 대해 125분간의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내용에 참담한 분노를, 5분간의 픽션 판타지에 허망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희망과 가능성, 꿈만으로도 채우기 부족한 청춘들의 마음에 ‘이망생’같은 유행어가 더는 자리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노력과 실력으로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과 금력을 가진 내부자들의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윤리의식 회복과 함께 공정한 시스템과 제도 구축이 절실하다. 자기 부정도 죄책감도 없는 탐욕의 내부자들이 불공정한 시스템과 타인의 희생을 버팀목 삼아 더 큰 권력과 금력을 향해 질주하는 사회에서는 수많은 국민이 고통과 절망을 느낀다.

청년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이 땅을 ‘헬조선’이 아닌 ‘헤븐조선’으로 느끼고, ‘이생망’보다는 ‘이생성(이번 생은 성공했다)’을 외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부자들’의 깡패 안상구(이병헌분)가 던진 한마디인지 모른다. “허벌나게 정의롭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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