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쇼크] 중국발 글로벌 환율전쟁 서막인가

입력 2016-01-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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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위안 환율 추이. 야후파이낸스
▲달러/위안 환율 추이. 야후파이낸스

중국 위안화 가치의 잇단 평가 절하로 전세계 시장이 요동치면서 새로운 환율전쟁의 서막이 오를 조짐이다.

위안화 가치는 7일(현지시간) 달러당 6.5646위안으로 전날보다 0.51% 가치가 하락했다. 이는 2011년 3월 18일 6.5668위안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하루 절하 폭도 작년 8월 이후 최대다. 인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위안화의 절하폭을 키우며 최근 나흘 새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대해 0.94%나 낮췄다.

이같은 상황은 일찍부터 예고됐다. 지난해 11월 말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로 편입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를 점쳤다. 중국 당국이 자국의 경제 성장 둔화 등에 대응하고자 지속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기축통화라는 안전판을 바탕으로 위안화 약세를 조장, 수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경기 부양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중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의존도 높은 중국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께에는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이 넘는 ‘위안화 포치(破七)’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지나친 위안화 절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한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추락, 심각한 자본 유출로 신음하는 신흥국의 숨통을 더욱더 조일 수 있다. 중국과 수출 기지로 경쟁하는 신흥국이 계속되는 위안화 절하를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새해들어 신흥국 통화는 달러에 대해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5일 시점, 터키 리라 가치는 2.5%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브라질 헤알 가치는 각각 1.1%, 콜롬비아 페소도 1% 하락했다. 또한 지난해 신흥국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이탈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의 채권·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투자금 규모는 410억 달러 정도에 그쳤다. 이는 2014년(2910억 달러)은 물론 2009~2014년 평균 유입 규모인 2760억 달러에 비해 7분의 1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460억 달러였다.

현재 신흥국은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라는 미국과 중국의 금융 대격돌에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인 셈이다. 이것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말 미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 달러와 환율 연동제를 도입 중인 나라 대부분이 자국에 미치는 악영향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를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6일에도 인민은행의 의도적인 평가 절하로 위안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기록적인 수준으로 하락하자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긴장감이 바짝 고조됐다. 홍콩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7위안을 기록하며 역내 위안화 환율과의 차이가 사상 최대인 2.1%로 벌어졌다.

WSJ는 이같은 위안화의 급격한 움직임으로 누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지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위안화는 2010년 이후 무역 상대국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에 대해 34% 상승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웃나라에서 먼저 부품을 수입해 가공한 후 수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중국 수입의 약 30%가 수출용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이었다. 즉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 가치 하락을 배경으로 중국 조립업체의 가격 결정력이 강해진 것이다. 이러한 ‘서플라이 체인 효과’를 덧붙이면 지난 6년간의 위안화 가치 상승률은 19%에 불과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위안화 절하는 라이벌인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중국도 무리하게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은 신창차이(뉴노멀) 정책을 앞세워 수출에서 소비와 서비스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상황이어서 위안화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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