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업계 왕좌에 세대교체 조짐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춤한 사이 후발주자들이 턱밑까지 추격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의 주가는 7일(현지시간) 14개월 만에 100달러선이 무너지는 굴욕을 맛봤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전일대비 4.2% 떨어진 96.45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회사 주가는 고점 대비 27.5% 떨어졌다. 올들어 증발된 시가총액은 520억 달러였다. 애플의 주가 급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플 주가는 7년 만의 첫 하락세로 2015년 한 해를 마감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최근 애플 주가 부진의 배경에는 아이폰 수요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깔려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아이폰 등 애플의 제품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애플 30% 감산’ 보도가 애플의 위기설을 더욱 고조시켰다. 신문은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애플이 올 1분기(1~3월)에 최신 아이폰 시리즈인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를 당초 계획보다 약 30%가량 감산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카피캣’ 정도로 치부되던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스마트폰 ‘원조’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를 ‘중국의 삼성’, 샤오미를 ‘중국의 애플’로 부른다. 화웨이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삼성에 뒤지지 않고, 샤오미의 경영 방식이 애플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업체는 화웨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웨이의 소비자사업부를 총괄하는 리처드 유는 신년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사업부 매출이 지난해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70% 늘어난 수치다. 유 대표는 “경쟁 격화로 향후 3~5년 안에 주요 스마트폰 업체 대부분이 도태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2~3개 업체 중 하나가 될 것이며 반드시 업계 1위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자신감처럼 화웨이는 파죽지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국 시장인 중국에서 샤오미를 꺾고 1위에 올랐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3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7.5%로,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저가폰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고급화 전략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10월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비가일 브로디를 수석 UX(사용자경험)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에서는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월등한 스마트폰 메이트8,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이 들어간 스마트워치 등을 선보였다.
‘대륙의 실수’로 불렸던 샤오미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대륙의 실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최근 회사는 공격적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사물인터넷(IoT)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회사는 최근 초고화질(UHD)‘미 TV3’를 한국 업체의 절반 수준 가격에 내놨으며 스마트 운동화는 물론 미국 세그웨이를 인수한 뒤 1인용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