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되팔이' 증가세…한 번만 해도 '밀수범' 된다

입력 2016-01-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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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제품을 인터넷으로 사는 '직접구매'(직구)가 늘어나면서 직구한 제품을 다른 이에게 판매하는 '되팔이'를 하다가 처벌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자가 사용을 조건으로 핸드백이나 모자, 완구 등 허용 물품을 수입할 때 150달러(미국산 200달러)까지 관세를 면제하고 통관절차를 생략하는 '목록통관' 제도가 시행중이나 이를 통해 직구한 제품을 되파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 신발 직구 되팔이 하던 대학생…'밀수범'으로 전락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대학생 A씨는 '해외 직구 되팔이'로 쏠쏠한 용돈 벌이를 하다가 '밀수범'으로 전락했다.

그는 국내에서 발매되지 않는 유명 상표 운동화나 의류가 포털사이트 패션 동호회에서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A씨는 목록통관으로 미국으로부터 이러한 물건을 들여오며 면세 혜택을 누렸다.

그러고는 포장도 뜯지 않은 제품을 인터넷 중고 장터에 웃돈을 주고 내다 팔았다. 작년 한 해에만 22차례, 물품 원가 기준으로 치면 200만원 어치의 물품을 판매했다.

A씨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개인 사용 목적으로 면세를 받은 물품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파는 행위는 관세법상 밀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지난달 인터넷 장터를 감시하던 관세청에 적발돼 물품 원가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라는 통고 처분을 받았다.


◇ 직구 되팔이 표적은 '키덜트'족

해외 직구 되팔이는 2014년 목록통관 대상이 일부 식·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소비재로 확대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언어의 장벽·긴 배송 기간·배송사고 우려 등 위험을 부담하며 직구를 하기보다는 이미 들여온 새 제품을 웃돈을 주고라도 즉시 손에 쥐려는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나이키 에어조던 등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이나 이른바 '키덜트'(Kidult, 어린이와 어른의 합성어)족이 선호하는 완구나 패션 관련 제품은 직구 되팔이들의 주요 취급 품목이다.

이러한 제품은 한국에서는 아예 발매되지 않아 국내 가격이 현지보다 매우 높게 책정된다.

A씨가 적발된 패션 동호회 중고 거래 게시판을 보면 게시판 이름이 무색하게 새 제품이라거나 포장만 뜯었다는 매물이 넘쳐난다.

매물은 국내에서 발매된 적이 없는 상품들이기에 판매자 대부분은 해외 직구 되팔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중고 장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원칙적으로 되팔이 한 번이라도 하면 처벌

이러한 목록통관 직구 되팔이는 얻는 수익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죄가 되지 않으리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하게 되면 관세액의 10배와 물품 원가 중 높은 금액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벌금 통고처분으로 끝나지만, 밀수한 물품의 원가가 2천만원이 넘어가거나 여러 차례 되팔이를 반복하면 검찰에 고발되기도 한다.

관세청은 시스템을 통해 한 사람이 여러 번 목록통관으로 물품을 구매하면 직구 되팔이로 의심해 조사에 착수한다. 또 주요 인터넷 중고 장터도 상시 관찰하며 단속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특송화물로 국내에 들어온 물품 중 관세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012년 171건에서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243건을 기록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목록통관 적발건수 통계를 따로 내고 있지는 않지만 직구 대부분이 특송화물을 통해서 들어온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목록통관 관련 적발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칙적으로 소량의 거래라도 인지를 하게 되면 조사를 거쳐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되팔이 행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관세청에 신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관세청에 직구 되팔이를 무더기 신고한 B(27)씨는 "실제로 재화를 이용하지 않는 제3자가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타인의 구매 기회를 빼앗고 부당이득까지 얻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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