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 출자 요청에 “자구안 내라”
여신감리팀 신설로 리스크 관리
조직 통폐합·연봉삭감 등 ‘슬림화’
수출입은행이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여신감리팀을 신설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대신 원전금융팀 등 5개팀은 유사기능 통합 차원에서 폐지했다.
수은의 이 같은 조직 규모 축소는 운영 효율성 제고와 함께 정부 출자와 관련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수은에 1조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하기 이전에 자구계획안 제출을 요구했고, 수은은 경영진 연봉을 삭감하고 조직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이날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를 단행, 기존 9본부, 3단, 1연구소, 39부ㆍ실이던 수은 조직은 9본부 2단 1연구소 38부ㆍ실로 축소했다.
우선 기업금융 3개 부서 중 1개 부서를 폐지하고, 정보시스템부와 시스템개발실로 분화된 IT조직을 1개 정보시스템부로 통합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인사경영지원단은 인사부로 전환됐으며, 원전금융팀 등 5개팀은 유사기능 통합 차원에서 폐지됐다.
향후 중점 업무추진 분야에 대해선 선택과 집중을 강화했다.
우선 여신감리팀을 신설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뒀다. 경기침체 지속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여신감리 업무를 중장기(PF/SF)여신 및 산업별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협력을 통한 아시아 인프라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인프라사업개발팀’을 신설했고, 이밖에 중소ㆍ중견금융부를 중소ㆍ중견금융1부와 2부로 분리했다.
이 같은 수은의 리스크 관리 강화와 조직 슬림화는 지난해 단행된 정부 출자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수은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9.44%를 기록, 지난 2009년 3월(9.34%) 이후 6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져 리스크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수은은 정부 출자를 받지 못하면 연말 기준 BIS 비율이 10% 미만으로 확정돼 대외신인도나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수은은 정부에 1조원 추가 출자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수은이 종합적 자구안을 가져와야 출자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수은 노사는 지난해 12월 수익기반 확대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효율적 조직체계 재정비 및 자립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 연봉 5% 삭감과 전직원 임금인상분을 반납한다는 내용의 ‘노사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보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분 1조원어치를 수은에 출자하는 현물출자안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