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상의 권위와 흥행

입력 2016-01-11 10:54 수정 2016-01-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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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시작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상이다.

주목할 것은 시상식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이다. 골든글로브는 인기에 편승하지 않는다. 지난해 각본상 수상 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버드맨’은 알레한드로 G.이냐리투 감독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 그의 차기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최근 전 세계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개봉작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골든글로브의 영향력은 아카데미상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과 여우주연상 ‘스틸 앨리스’ 줄리언 무어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골든글로브는 그 존재만으로도 영화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이는 시상식의 권위가 올곧게 서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에반스, 리암 니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선택할 만큼, K-무비의 위상은 높아졌다지만, 국내 대표적인 영화 시상식은 권위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대종상영화제는 황정민, 유아인, 김혜수 등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국제시장’의 10관왕 몰아주기로 빈축을 샀다. 청룡영화제 역시 최우수작품상에 ‘암살’, 감독상에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선정되며 ‘흥행 불패’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이 여우주연상을 받아 위안을 줬을 뿐이다.

10일(현지시간) 열리는 73회 골든글로브는 전 세계 120개국에 방영되며 약 2억5000만명의 시청자들에게 찾아갈 예정이다. 통계학자 에드먼드 헬머는 “골든글로브의 경제적 가치는 1420만 달러(약 17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기와 상업성의 눈치를 보며 힘의 논리에 따라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영화 그 자체를 주목할 것인가. 권위가 서면 나머지는 따라오는 게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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