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1일 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 "국가경제 발전에 전념해야 할 기업인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해야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일이 커져 눈덩이처럼 불어난 여론의 질타 앞에 용기를 내지 못했다"며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기업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밤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된 직후 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배포된 '사과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저의 개인적인 문제로 재계 전체가 매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두 달간 솔직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도 괴롭고 부끄럽다"며 "30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사적인 문제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모습이 초라하고 참담하다"며 후회했다.
김 회장은 특히 "무엇보다도 저로 인해 상심이 컸을 저희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큰 죄를 지어 가슴이 아프다"며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전에 박차를 가해 온 임직원들의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남은 조사과정에서 성실한 자세로 조사에 임할 것이며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기업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며 고개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승연 회장의 사과문 전문.
- 사과문 -
국가경제 발전에 전념해야 할 기업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크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저 또한 이순간까지 국민 여러분의 호된 질책과 분노에 괴로 워하며, 깊은 회한과 참회의 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상대방을 탓하고 분노하기 이전에, 자식에게 먼저 회초리를 들어 꾸짖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도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누구보다도 사회 에 모범을 보여야 할 신분으로서, 처음 사건 발단 시 적법한 절차 에 따라 신중하게 처신하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도 원망스럽습니다.
처음부터 저의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일이 커져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여론의 질타 앞에서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안일하게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였고, 이 사건과 무관한 그룹까지 구설수에 오르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지난 두 달간 솔직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도 괴롭고 부끄럽습니다. 모든 것이 다 부덕한 제 탓입니다.
30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기업인으로서, 사적인 문제로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제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고 참담합니다.
특히나, 저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재계 전체가 매도되지는 않을지 죄스러운 심정입니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수많은 기업들이 이번 일로 위축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넓은 아량으로 도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저로 인해 상심이 컸을 저희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큰 죄를 지어 가슴이 아픕니다.
그 동안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전에 박차를 가해 온 임직원들의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스스로를 자책하고 또 자책하게 됩니다.
그룹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이 이제 막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려는 상황이었는데, 임직원들의 상심이 너무도 커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저는 이번 일에 대한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각오로 기업경영에만 전념할 것입니다.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을 일구는 것만이, 이번 일로 누를 끼치게 된 국민 여러분과 저희 한화 임직원들께 조금이나마 용서를 구하는 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는 남은 조사과정에서 성실한 자세로 그 당시의 제가 아는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자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고개 숙여 깊이 사죄 드립니다.
2007. 5. 11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