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리콜 계획이 미국 환경 당국으로부터 거부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12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의 2.0 리터 디젤 엔진 차량 리콜 계획을 반려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회사가 제시한 리콜 계획이 기술평가에 있어서 너무 불명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CARB는 “계획된 리콜 조치가 엔진 성능과 배기가스,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방 환경당국인 미국 환경보호청(EPA) 역시 CARB의 판단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PA는 또 폭스바겐의 디젤 자동차들이 법규를 준수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도록 할 수 있는 “승인 가능한” 리콜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환경당국의 리콜 계획 거부는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와 지나 맥카시 환경보호청장 간 면담 하루 전에 발표된 것이다.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이 거부되면서 현재 미국 당국과 진행 중인 협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CARB의 거부의사가 뮐러 CEO의 라디오 인터뷰 후에 나왔다는 것에 주목했다. 지난 10일 뮐러는 북미국제오토쇼 참석차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미국공영라디오(NPR)와 인터뷰를 했다. 사전 녹음된 이 방송에서 뮐러 CEO는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폭스바겐은 당국에 거짓말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태는 기술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미국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회사가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폭스바겐 측은 11일 라디오방송 측에 재출연을 요청해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재출연한 방송에서는 “(규정) 위반 사실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뮐러 CEO의 발언은 이번 조작 스캔들에 대한 회사 대응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