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저유가시대] 국제유가 떨어지는데…수출은 왜 곤두박질?

입력 2016-01-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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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세에 유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수출기업들이다. 특히 석유ㆍ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면서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기름값이 싸지면 기업들은 생산비를 아낄 수 있고, 개인은 아낀 기름값만큼 지갑이 두둑해져 소비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우리 경제에 유가하락은 충분히 ‘호재’이자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의 저유가 현상은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장기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전체적으로 세계시장의 공급보다는 수요가 더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가가 내려가 운송비나 상품 생산비용이 줄어 상품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출이 늘어나기는 힘들다. 되려 제품 단가가 떨어져 수출 단가 하락→수출액 감소로 이어지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특히 유가하락으로 정유ㆍ화학ㆍ조선ㆍ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의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산업 강국이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은 우리나라 핵심 수출품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36.6%, 21.4%나 줄었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유가영향품목의 수출 감소가 총 수출 감소분의 64%를 차지했다”면서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7.9%나 감소했지만, 유가 하락 영향을 제외하면 2.9%로 축소됐을 것”이리는 분석했다. 유가 하락이 우리나라의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단 의미다.

또 저유가는 산유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조선ㆍ건설ㆍ철강ㆍ건설 부문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이들 업종의 수출 부진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 수출의 58%를 차지하는 중남미중동 등 신흥국은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수출이 크게 줄었다. 중동지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9% 감소했으며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수출은 30.5% 급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으로 작년도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09억570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595억6000만 달러에 비해 31.3%나 급감했다. 이 가운데 해외건설의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 지역 수주액은 147억2600만 달러로 무려 52%나 줄었다. 이는 2006년 이후 중동지역 수주 금액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해운업계도 일감이 줄어 선박 발주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선박 수출은 35.1% 급감했으며 유가가 내려가면서 철강업체의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 하락으로 철강제품 단가 자체가 떨어져 수출이 23.2%나 줄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의 의미 있는 반등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자원 수출국의 구매력 개선이나 유가와 연동된 수출 품목의 단가 회복은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 단가 하락이 원자재뿐만 아니라 IT제품과 같은 자본재로도 확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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