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서바이벌 모드] 두산, 눈물의 구조조정… 카이 지분 매각, 면세점 사업 '속도전'

입력 2016-01-14 09:52 수정 2016-01-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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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부실에 20년만에 소비재로 회귀… '밥캣 그늘' 벗어나기 안간 힘

▲오는 5월 면세점이 자리하게 되는 동대문 두산타워 전경.
▲오는 5월 면세점이 자리하게 되는 동대문 두산타워 전경.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진행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대수술이 5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과거 소비재를 털어내고 중공업 그룹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박 회장이 주력으로 꼽히는 공작기계사업을 매각하고,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함으로써 그룹의 사업 포토폴리오를 다시 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07년 당시 쾌커를 불렀던 미국 건설장비 회사 밥캣(Bobcat) 인수가 결국 ‘승자의 저주’로 전략하면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가져왔다. 두산은 밥캣을 인수하면서 당시 매입가 49억달러 중 10억달러만 자체 자금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39억달러는 미국과 한국 금융권에서 차입했다. 중국 건설시장 몰락과 함께 밥캣 인수 자금은 고스란히 막대한 금융비용으로 돌아왔다.

◇주가부양책까지 쏟아내는 두산 = 최근 두산은 매년 5%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주가부양책을 발표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만큼 유통주식수가 줄어 주당 가치 상승을 노린 전략이다. 두산의 자사주 소각은 지난 2012년도 이후 처음이다.

이런 대규모 부양책은 시장 일부에서 두산의 사업 포토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신뢰하지 못한 데 대해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면세점사업은 시장포화, 명품 브랜드 입점 불투명 등의 요인으로 시장의 신뢰도가 완벽하지 못하다. 또 매출에 영향이 컸던 공작기계 사업 매각으로 향후 두산인프파코어의 실적 악화 우려가 예상되는 가운데 갖가지 이슈가 맞물리며 두산을 향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계열사의 과도한 차입금 역시 지주사 격인 두산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앞서 밥캣 인수로 인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은 약 6조원에 달했다. 매년 5000억~600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밥캣 인수 당시 조달한 차입금을 갚기 위해 밥캣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로 7000여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당시 이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한 때 두산인프라코어 부채비율 22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내놓은 카드가 공작기계사업부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몸집 줄이기는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 등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2월, 9월, 11월(기술·생산직) 등 총 3차례 퇴직프로그램을 실시해 각각 180명, 200명, 450명 가량을 내보냈다. 또 지난달 7일엔 희망퇴직 공고문을 내고 8~18일 동안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알짜 ‘카이지분' 매각…면세점 사업 속도전 = 한때 식품 등 소비재 사업과 결별을 선언했던 두산이다. 지난 1996년 한국네슬레와 한국3M 매각을 시작으로 코카콜라, OB맥주, 처음처럼, 버거킹, KFC 등 소비재사업부를 매각했다. 그 자금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소형 건설장비 회사 밥캣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지난 20년간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꿨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산은 면세점 사업 진출로 다시 유통으로 눈을 돌렸다. 이는 중공업 계열사 등의 실적 악화 등으로 재무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짙어진 글로벌 경기불황에 중공업, 기계 등 주요 사업군의 실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두산이 과거 소비재사업부를 완전히 정리하지 않고 일부라도 남겨뒀더라면 현재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란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두산그룹의 면세점 사업은 그야말로 적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위한 실탄확보 차원에서 공작기계부문 매각에 이어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 지분까지 매각했다. 두산은 지난 11일 자회사 디아이피홀딩스(주)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의 지분 4.99% 전량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 주식수는 487만3754주로, 매각 가격은 3046억원이다.

두산은 확보한 현금을 면세점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는 SK네트웍스로부터 인력과 물류 창고 등 인프라를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새로 면세점을 열어야 한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사업권 연장에 실패해 오는 5월까지는 23년 역사의 워커힐면세점 문을 닫아야 한다. 앞서 두산은 이번 협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SK면세점 업무를 총괄해온 권미경 전 SK네트웍스 면세점사업본부장(전무)을 상임고문으로 이미 지난 4일 ㈜두산에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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