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세계 주요국과 맺은 포괄적 핵 합의를 순조롭게 이행함에 따라 이르면 오는 16일(현지시간) 경제 제재가 해제될 전망이다.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은 은행에 동결된 거액의 자금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건 물론 원유 수출길도 열린다. 이는 이미 심리적 지지선이 뚫린 국제 유가에 하락 압력을 한층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이란이 핵 합의에 따라 원자로의 핵심 시설을 제거하고 있다며 조만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할 것임을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어 “이란의 핵프로그램 축소를 충분히 입증하고, 이에 맞춰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기 시작하는 이행일(Implementation Day)이 곧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같은 날, 이행일이 오는 16일이나 17일에 공식 선언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5일 핵 합의 이행을 확인하고나서 17일까지 자국과 공동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명의 외교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IAEA 사찰단이 이란의 핵 시설에서 핵 시설과 원료 철거를 확인만 하면 15일에도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는 의무 이행 여부를 IAEA가 검증해야 비로소 이뤄진다. 지난해 7월 이란과 미국 유럽 등 6개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크게 제한하는 대가로 원유 금수와 금융 제재 등 제재 조치의 단계적 해제를 약속했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준비 중인 가운데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 하원은 이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란 테러금융 투명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에 앞서 의회 검토를 거치고, 제재 해제 시 그 대상자 또는 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서면 보증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국제유가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BBC방송은 제재가 해제되면 세계 4위 원유 매장량을 가진 이란이 국제시장에 가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에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 280만 배럴에서 480만 배럴로 70% 이상 늘릴 것을 검토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미 이란은 원유 수출량을 현재의 두 배인 하루 200만 배럴로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미국도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키로 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12일 배럴당 29.93달러까지 떨어지며 30달러선이 무너졌다. 13일에는 소폭 반등해 배럴당 3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외거래에서 전날보다 90센트(2.9%) 하락한 배럴당 29.96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이 3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2004년 4월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