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키즈 김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 토요타 '프리우스' 이기려면 이것부터

입력 2016-01-15 15:01 수정 2016-01-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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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친환경차 '아이오닉(IONIQ)'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아이오닉은 이미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했었던 모델입니다. 아이오닉이라는 이름도 당시 콘셉트카 ‘i-oniq’에서 가져왔는데요. 새 에너지 '이온'과 '유니크'를 의미하는 합성어입니다. 아이오닉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할 것은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기아차를 흡수합병한 현대차는 곧바로 플랫폼 통합 작업에 나섭니다. 1998년 데뷔한 'EF쏘나타'를 베이스로 기아차의 중형차를 개발해 내놓게 되는데요. 플랫폼 통합 첫 번째 모델이 바로 기아차 '옵티마'였습니다.

옵티마는 EF쏘나타를 개발하면서 물망에 올랐던, 하나의 후보 디자인이었습니다. 이른바 EF-B보디였는데요. EF쏘나타와 기아차 옵티마가 시장에 공존하면서 우리도 통합 플랫폼으로 인한 두 가지 모델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전원 플러그로 충전을 더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순수 전기차도 아이오닉 플랫폼을 통해 등장할 예정입니다. (사진제공=현대차)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전원 플러그로 충전을 더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순수 전기차도 아이오닉 플랫폼을 통해 등장할 예정입니다. (사진제공=현대차)

하나의 플랫폼 개발에 수 천억원이 들어가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향후 현대차는 불과 4개의 플랫폼으로 전륜구동 승용차와 후륜구동 고급차, SUV 등 전체 라인업을 구성하게 됩니다.

아이오닉은 이런 굴레를 벗어나 독자 플랫폼을 지니고 등장했습니다. 플랫폼을 새로 개발할 만큼 친환경차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새 플랫폼은 무게 중심을 한없이 낮췄고 고장력 강판을 넉넉하게 사용했습니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다보니 파워트레인의 적절한 공간 배치도 가능했지요. 'K5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처럼 억지로 모터와 배터리를 구겨넣지 않아도 됐습니다.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로 등장한 프리우스는 지난해 4세대로 거듭났습니다. 올 봄, 국내 수입차시장에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로 등장한 프리우스는 지난해 4세대로 거듭났습니다. 올 봄, 국내 수입차시장에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혼다 인사이트가 실패의 본보기= 누가봐도 현대차 아이오닉의 타킷은 토요타 '프리우스'입니다. 토요타 프리우스(코드네임 NHW10)는 1997년 하이브리드 전용 플랫폼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약 6년여 개발기간을 거쳐 새 차가 나왔고, 일본 아이치 공장에서 첫 생산을 시작했지요.

4도어 세단 타입의 첫 번째 프리우스는 1.5ℓ 엔진을 바탕으로 전기모터를 결합했는데요. 준중형차 '코롤라'보다 비싸고, 중형차 '캠리'보다 저렴한 가격(약 2만 달러)으로 등장했습니다.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습니다.

2003년 등장한 2세대 모델부터 디자인은 해치백으로 변신합니다. 공기저항계수를 낮춰 주행연비를 높이고, 편의 장비와 무게를 덜어내 구동 저항도 낮췄습니다. 이밖에 모든게 연비를 위한 모델로 거듭나게 되지요. 요즘 우리 주변에 달리고 있는 프리우스는 2009년에 나온 3세대입니다. 올 봄, 국내에서도 곧 4세대(사진 위)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한때 일본의 혼다 역시 현대차처럼 ‘프리우스 킬러’를 출시하기도 했지요. 혼다는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인 '인사이트(코드네임 ZE1)'를 2000년 출시했는데요. 보기 좋게 프리우스에게 판정패 당하고 말았습니다. 혼다 인사이트는 많은 면에서 토요타 프리우스를 닮았습니다. 개발 콘셉트와 디자인, 성능, 가격, 마케팅 등이 프리우스를 따라했지요.

그러나 ‘기술의 혼다’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파워트레인에 몇몇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디자인과 마케팅에서 토요타를 추격하기에 버거운 점도 많았습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등장했지만, 저조한 판매량 탓에 소리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이오닉(사진 위)은 여러 면에서 혼다의 친환경차 인사이트(아래)와 닮아있습니다. 프리우스를 겨냥한 개발 전략과 전용 플랫폼, 가격 마케팅 등이 닮아있는데요. 혼다 인사이트는 아쉽게도 흥행에서 참패했습니다. 아이오닉 역시 이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겠지요. (사진제공=현대차, 미디어혼다AG)
▲아이오닉(사진 위)은 여러 면에서 혼다의 친환경차 인사이트(아래)와 닮아있습니다. 프리우스를 겨냥한 개발 전략과 전용 플랫폼, 가격 마케팅 등이 닮아있는데요. 혼다 인사이트는 아쉽게도 흥행에서 참패했습니다. 아이오닉 역시 이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겠지요. (사진제공=현대차, 미디어혼다AG)

야심차게 데뷔한 현대차 아이오닉은 프리우스를 쫒기보다 ‘혼다 인사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이오닉이 혼다를 뛰어넘어 토요타의 턱밑까지 추격만해도 성공”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이런 분석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인, 현대정공 시절부터 정몽구 회장의 복심으로 통했던 권문식 부회장은 아이오닉과 관련해 “2020년까지 22개 이상 차종으로 늘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2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위 토요타 추월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지요.

삼성이라면 무조건 1등을 하겠다고 주장했을텐데, 좀더 현실적인 현대차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울 때가 많습니다.

▲새 모델 아이오닉은 무게중심을 크게 낮췄고 고장력 강판 비율을 높였으며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공간설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진제공=현대차)
▲새 모델 아이오닉은 무게중심을 크게 낮췄고 고장력 강판 비율을 높였으며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공간설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진제공=현대차)

◇3세대 프리우스 앞서는 성능과 시스템= 현대차 아이오닉은 많은 부분 프리우스를 닮아있습니다. 또 어느 부분에서는 앞서기도 합니다.

먼저 직렬 4기통 1.6ℓ GDi(최고출력 105마력) 엔진에 43.5마력의 전기모터를 추가했습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각각 최대로 힘을 발휘한다면 출력은 150마력 가까이 치솟게 됩니다. 프리우스는 1.8ℓ 자연흡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출력 136마력을 냅니다. 엔진과 모터는 전륜구동 방식에 따라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지요. 저속에서 전기모터로 구동하고, 고속에서도 엔진힘에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 줍니다.

앞바퀴에 엔진힘과 전기모터가 결합됩니다. 여기에서 전기모터 위치만 바꾸면 곧바로 사륜구동이 되기도 합니다. 앞바퀴에 엔진을, 뒷바퀴에 전기모터를 연결해 4륜구동을 만든 사례이지요. 렉서스 하이브리드 SUV인 'RX'가 이런 방식입니다.

무엇보다 아이오닉은 변속기(CVT) 때문에 골탕을 먹었던 혼다의 실패를 따라하지 않았습니다.

혼다는 CVT(무단변속기) 문제로 언덕길에서 뒤로 한없이 밀리는 불만이 종종 제기됐지요.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CVT가 문제였는데요. 현대차는 이를 염두에 두고 수동기반의 듀얼 자동변속기 DCT를 채택했습니다.

DCT는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한 자동변속기입니다. 클러치로 동력을 연결하니 동력 손실이 적다는게 장점인데요. 80% 못미치는 자동변속기의 효율과 달리 DCT는 97% 가까운 효율성이 장점입니다.

동급 최고인 1ℓ당 22.4km의 연비를 달성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물론,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 도입될 프리우스 4세대 모델의 연비가 아이오닉을 추월할 수 있을지 관심도 큽니다. 현재 판매되는 프리우스의 연비는 21.0km입니다.

아이오닉이 프리우스를 능가한다고 평가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동력 성능입니다. 연비 이외에 주행성능도 감안해 개발했는데요. 미쉐린 타이어 가운데 연비에 유리한 ‘에너지 세이버’ 대신 ‘프라이머시3’ 타이어를 쓴 점도 이를 증명합니다. “무조건 연비만 따지지 않겠다”는 현대차의 욕심으로 해석됩니다.

▲겉모습은 현대차, 실내는 기아차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혼다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인사이트를 개발하면서 감성품질과 스포티한 감각을 간과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를 결코 놓치지 않았습니다. (사진제공=현대차)
▲겉모습은 현대차, 실내는 기아차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혼다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인사이트를 개발하면서 감성품질과 스포티한 감각을 간과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를 결코 놓치지 않았습니다. (사진제공=현대차)

◇하이브리드 대중화하려면…日메이커 반면교사 삼아야= 현대차 아이오닉은 '좋은 교과서' 프리우스와 '실패의 본보기' 인사이트 등 일본 메이커를 염두에 두고 등장했습니다. 때문에 1등은 못되도 2등은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지요.

하지만, 가격과 성능, 내구성 등 제품 자체만으로 토요타의 맞상대가 될 수 있을까요?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대중화에 대한 노력과 사회적 책임에서 여전히 토요타보다 한 수 아래에 있습니다.

하이브리드가 처음 국내에 선보일 당시 논란은 사고 때 감전사(死) 였습니다. 현재까지 감전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언제나 위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위험에 노출된 것이 119 구조대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차가 찌그러지면 구조대는 유압절단기를 이용해 차체를 절단하고 부상자를 구해냅니다. 이 과정에서 결코 절단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자동차에 존재합니다. 사고 직후 수백만 볼트의 고압전류가 곧바로 차단이 되지만 혹시 모를 감전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한국토요타는 이를 위해서 소방구조대원을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구조활동 주의사항’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합니다. 서울소방방재본부 산하 22개 소속 119구조대를 시작으로 이를 확대해 실시하기도 했지요.

과거 기자 역시 현대기아차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소방구조대원에게 하이브리드 차량 구조 시 안전교육을 실시할 계획이 있느냐"고….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우리 차는 안전하기 때문에 안전교육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였습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를 개발, 양산한지 20년이 됐습니다. 현대차가 당장 따라갈 수 없는 기술력과 노하우도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토요타는 자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소방대원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죠.

현대차와 토요타의 차이는 '작지만, 그냥 넘겨서는 안되는 것'을 대하는 자세 아닐까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사고 때 인명구조에 나서는 구조대원들의 감전위험이 존재합니다. 토요타는 이를 위해 구조대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언론 역시 구조대원의 위험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출처=더블레이드 인터넷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사고 때 인명구조에 나서는 구조대원들의 감전위험이 존재합니다. 토요타는 이를 위해 구조대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언론 역시 구조대원의 위험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출처=더블레이드 인터넷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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