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인수·합병(M&A)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백색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약 6조5502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는 등 올 들어 지금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가 이미 111억 달러(약 13조4865억원)에 이르렀다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하이얼은 지난 15일 GE 인수에 합의하면서 미국 2위 가전기기업체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게 됐다.
중국 1위 부호인 왕젠린이 이끄는 부동산·엔터테인먼트 대기업 다롄완다그룹은 ‘다크나이트’와 ‘쥬라기 월드’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레전더리픽처스를 35억 달러에 품에 안았다.
중국의 올해 해외 M&A 가운데 10억 달러가 넘는 것만 3건이다. 또 올해 글로벌 M&A에서 영국 제약사 샤이어가 미국 박스알타를 356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세계 최대 규모로 기록된 가운데 하이얼과 완다가 각각 세계 2위, 3위를 차지했다.
이에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M&A 열풍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단순 지분 투자를 제외한 중국의 해외 M&A가 총 397건, 935억 달러로 전년보다 62%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2011년(364억 달러)과 비교하면 4년 만에 M&A 규모가 2.6배 커진 셈이다.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의 피렐리가 지난해 71억 달러에 중국화공집단공사(CNCC) 밑으로 들어가게 됐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한국 M&A도 13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지난해 중국의 해외 M&A에서 431억 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유럽이 256억 달러, 북미가 143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아·태 지역은 M&A 규모가 전년보다 197%, 유럽은 92% 각각 증가했다. 다만 북미는 9%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중국 경기둔화 심화와 증시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정부가 자본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열의는 꺾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리서치업체 머저마켓그룹의 톰 케인 아·태 담당 매니징 에디터는 15일 미국 CBC방송의 ‘머니워치’에 출연해 “중국 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부가 글로벌 M&A 열기를 식히려 하고 있지만 올해도 그 속도는 느려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들은 M&A로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IT와 항공, 전력설비 등에서 핵심 부품의 70%를 자국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지난해 403건, 703억 달러로 중국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전년 대비 53% 급증이라는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