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답보상태에 놓인 수익률을 구하고자 ‘역발상 투자’에 나선 투자자가 늘고 있다.
18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 국내 인덱스 주식형 펀드에는 최근 1개월간 약 1조4000억원이 유입됐다. 이 중 5개 레버리지 펀드에만 7500억원이 유입되며 절반 이상 자금이 쏠렸다.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ETF(주식-파생)’에는 최근 1개월간 4941억원이 들어와 인덱스 펀드 중 자금 유입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12월 15일 설정된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레버리지증권ETF(주식-파생)’에도 1개월 만에 206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1개월간 중국 증시가 폭락해 국내 주가지수도 하락한 상황에서 오히려 지수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에 자금이 쏠린 것이다. 레버리지 펀드는 기존에 상승장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 증시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한 투자자가 늘면서 변동성에 따른 손실위험에도 자금 유입세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 증시가 하락하면서 레버리지 펀드로 저가 매수 자금이 몰렸다”며 “국내 주식형 펀드 전반적으로 5주 연속 저가 매수세에 의한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저가 매수 영역으로 판단한다”며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아졌고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이 더는 악화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마 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도 조정 폭이 제한될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역발상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고가 매도 투자패턴을 고수하고 있다”며 “오를 때 더욱 매수세가 많이 유입돼야 상승동력이 커질 수 있는 데 그에 반한 역발상이 다수 매매 패턴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전체 투자자들이 더 큰 수익률을 낼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생상품에서는 유가 하락에 베팅한 상장지수채권(ETN)이 높은 수익률을 내며 역발상의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유가 50달러 선이 무너진 후 저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으로 유가 파생결합사채(DLS) 발행 금액이 늘어난 것과 반대되는 전략의 투자가 빛을 발한 것이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78개 ETN 종목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신한 인버스 브렌트원유 선물ETN(H)’이다. 6개월간 63.8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 인버스 WTI원유 선물 ETN(H)’이 58.12%의 수익률을 냈다. 원유 외에 구리와 금, 은 등 원자재 관련 상품인 ‘신한 인버스 구리 선물 ETN’, ‘신한 인버스 금 선물 ETN(H)’, ‘신한 인버스 은 선물 ETN(H)’이 각각 20.20%, 8.64%, 8.61% 수익률을 냈다.
이들 종목은 모두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인버스 상품이다. 지난해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반등을 노린 투자자가 많았던 반면 이들 상품은 장기적으로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데 걸어 큰 수익을 남겼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에쿼티파생부장은 “원자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인데 국내에는 가격 하락 시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다”며 “최근 인버스 ETN이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승 기대감이 낮은 업종일수록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는 역발상 투자 방법도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중소형포커스 펀드 등 업황보다는 종목의 성장성과 가치에 투자하는 펀드는 오히려 외면받는 업종에서 ‘진주’를 발굴하는 투자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 자산운용사 중소형펀드 운용역은 “유가가 폭락했을 때 관련 산업군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용을 절감하고 구조조정을 거쳐 수익을 개선하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