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쯔위와 SMAP의 공개사과… 같지만 다른 결과

입력 2016-01-19 13:14 수정 2016-01-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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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뉴미디어부장

최근 한국과 일본 연예계에 가장 큰 사건은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子瑜)의 청천백일기 논란과 일본 대표 보이그룹인 SMAP의 해체 소동이다. 이들 두 사건은 결국 당사자들의 공개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그 후폭풍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먼저 SMAP을 살펴보자. SMAP 멤버 5명은 18일 밤 자신들의 고정 프로그램인 후지TV ‘SMAPxSMAP(스마스마)’에 검은 정장을 입고 출연해 최근에 벌어진 해체 소동을 공식 사과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를 제외한 SMAP 멤버 4인이 소속사인 쟈니즈를 떠나 독립한다는 보도가 나와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SMAP은 1991년 데뷔한 이래 25년 동안 일본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일본 대표 아이돌 그룹이다. 대표 멤버인 기무라 타쿠야는 여성지 ‘앙앙’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인 ‘가장 좋아하는 남자’에 14년간 1위를 차지했고, 일본 드라마 역대 시청률 톱10 중 7개 작품의 주연을 맡아 ‘시청률의 남자’로도 불린다. 다른 멤버 역시 CF나 드라마 등등 연예산업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블루칩’이어서 이번 해체 소동은 팬뿐만 아니라 연예, 광고산업 각 분야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번 사건은 소속사 쟈니즈의 내부 갈등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쟈니즈의 실권을 쥐고 있는 메리 기타가와(メリ-喜多川) 부사장이 SMAP을 지금까지 키워왔던 수석 매니저 이이지마 미치(飯島三智)를 퇴임시키자, 멤버들이 쟈니즈를 떠날 결심을 했다는 것. 그러나 그들은 사과와 함께 복귀를 선언하며 문제는 마무리됐다.

트와이스 쯔위의 청천백일기 논란은 좀 더 복잡하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 텔레비전’ 인터넷 생중계에서 청천백일기를 흔드는 모습을 대만의 한 매체가 ‘쯔위는 애국자’라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다. 이후 대만 출신 친중파 작곡가 황안이 “쯔위는 대만 분리독립 분자”라고 공론화했고, 16일 치러진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이용되며 문제가 커졌다.

결국 소속 가수들의 중국 활동에 대한‘전면 보이콧’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트와이스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며칠 사이 3차례에 걸쳐 사과를 했고, 마지막 사과에서는 당사자인 쯔위가 영상을 통해 직접 사과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내보냈다.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국가이고 저는 전부터 중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초췌한 모습의 쯔위가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3일 만에 6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중화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시장에 머리를 조아리자 대만은 분노했다. 총통에 당선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누구도 대만이라는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질타는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번 논란의 피해자이지만, 자신의 소속 어린 가수에게는 사과를 강요한 가해자가 됐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앞서 거론된 SMAP과 비교할 때 사과 방송을 했다는 것은 같지만, 상황은 다르다. SMAP의 각 멤버들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연예계 경험이 25년에 달한다. 일본 연예계에서는 쟈니즈의 압박에 SMAP 멤버들이 결국 굴복한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지만, 탈퇴 결심도, 복귀 사과도 그들이 성인으로서 책임을 지고 결정한 것이다.

반면, 쯔위는 16살에 불과한 미성년자다. 그리고 낯선 나라 연예계에 갓 데뷔한 신인이다. 제작진이 준비한 소품인 청천백일기를 흔든 것, 부모의 동의 아래 강요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사과문을 읽고 머리를 숙인 것 모두 당사자에게 얼마나 선택권이 있었을지 의문이 남는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과는 해외 국적 아이돌의 인권 문제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제작진의 국가 간 역사 및 문화적 이해, 이에 얽힌 소속사의 해외 출신 연예인의 운용…. 이번 논란이 남긴 한국 문화산업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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